[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덧없음 세월이 흐르고 나는 서있네 (빛) 다리는 흐르고 물이 서있나 (돌) 서있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 (심) 덧없음을 딛고 선 사랑이어 (달) ... 25. 7. 28. 불한시사 합작시 '덧없음'이라는 말에서 "덧"은 '때' '제' 또는 '짬' '쯤'처럼 시간을 나타내는 순수 우리말이다. 이런 '덧'은 현대어 '어느덧'에 살아있다. '덧없다'는 원래 '시간이 없다'라는 말인데, 점차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 남은 짬이 없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넓어지고, 마지막에는 '헛되이 지냈으니 보람없이 허망하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깊어졌다. 합작시의 시제는 사랑과 삶의 허망함을 노래한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인 아폴리네르가 쓴 유명한 시 '미라보의 다리'를 기려 띄운 것이다. 그의 시에 덧없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그것을 은유하는 유명한 후렴구가 있다. 프랑스어로,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우리말로 옮기면, 밤이 오고 시간이 흘러간다. 날들이 흘러가고 나는 남는다. 흘러간 사랑의 아픔을 안고 서 있는 외로움과 덧없음이 진하게 담긴 시구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들이 붓는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앞서 비가 많이 왔던 곳에 또 비가 많이 내려서 다시 물이 들기도 하고 무너진 곳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니 더 가슴 아픕니다. 얼른 나날(일상)을 되찾으시길 빕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사하다'입니다. 여러분은 '해사하다'라는 말을 보시고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해사하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으며, 비슷한 말로 '조촐하다', '말쑥하다', '해말갛다'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1. 얼굴이 희고 곱다랗다. 해사한 얼굴 2. 표정, 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해사하게 웃다. 3. 옷차림, 자태 따위가 말끔하고 깨끗하다. 만기는 서양 사람처럼 후리후리한 키와 알맞은 몸집에 귀공자다운 해사한 면모를 빛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보고 그저 '예쁘다', '잘생겼다'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조금 모자란다 싶을 만큼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 때 쓰면 좋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을 비롯해서 낯빛(표정)과 웃음, 옷차림까지 아우르는 맑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박경리 님의 소설 '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시(詩)는 철학과 세계관을 고도로 농축한 글이다. 시를 잘 짓고 쓰는 사람을 보면, 사상이 정교하고 감각이 발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시는 여러 겹의 사유를 덧대어 만든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 고두현과 전(前) 동양시스템즈 대표 황태인이 함께 쓴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좋은 시와, 그에 따른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라는 머리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와 경영은 영감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p.11) 시인과 경영자의 닮은 점도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책에 실린 많은 시 가운데 이근배가 쓴 《부작란-벼루에게》라는 시가 퍽 친숙하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54살의 나이로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되어 9년 동안 먹빛 바다를 보며 벼루가 바닥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연애 이야기란 남녀노소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인류의 영원한 흥미 거리이다. 미스 K는 운전하면서 중간중간에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아 그래요?”라고 추임새를 넣기도 하면서 열심히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K 교수는 신이 나 과장법을 써가면서 대학 1학년 때 미팅 가서 만난 첫 번째 여자에게서 바람맞은 이야기까지 했다. K 교수는 소설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이야기에다가 그럴듯하게 살을 붙이고 적당한 장면에서 반전을 만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얼마쯤 가다가 미스 K는 기름을 넣기 위하여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알바 청년이 주유하는 잠깐에 미스 K는 차에서 내렸다. 미스 K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자판기로 가더니 커피 2잔을 뽑아 왔다. K 교수는 조수석에 앉아서 미스 K의 걸음걸이며 지폐를 넣고서 커피 나오기를 기다리는 모든 과정을 영화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해 보였다. 머리에 오른손을 올려서 앞머리를 살짝 정돈하는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패션모델이 걷듯이 가볍게 사뿐사뿐 우아하게 걷는 모습은 물가를 걷는 학을 연상시켰다. “교수님, 커피 드시지요. 교수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도야마현(富山県)의 후간(富岩)운하에서 이와세(岩瀬) 항구로 이동해 전망대에 올랐다. 항구에 정박한 대형 선박 안에는 중고 소형자동차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아마도 러시아행을 준비 중인 듯했다. 도야마항 선박의 67%가 러시아행이고 도야마항이 일본의 중고자동차의 33%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구 반대편으로는 넓은 바다가 펼쳐졌고, 오른쪽으로는 병풍처럼 다테야마 연봉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전망대를 내려와 동쪽 해안을 따라 약 40km를 달려 도착한 곳은 우오즈(魚津)의 쌀 창고 앞. 이곳은 1918년 ‘쌀 소동’의 발상지 중 하나로, 현재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가까이에 검고 커다란 목조 창고가 남아있다. 쌀 소동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14년 전쟁 발발 이후 일본은 호경기를 맞았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서민의 생활이 곤궁해졌다. 특히 쌀 상인들의 사재기로 인해 쌀값은 무려 네 배까지 치솟았고, 결국 1917년 봄부터 1920년 봄까지 전국적으로 쌀 소동이 이어졌다. 주요 산업 지역인 탄광과 조선업, 대도시 등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요구와 폭동이 벌어졌는데, 여기에 쌀값 급등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쓰는 말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토박이말 속에는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말로는 쉽게 나타내기 힘든 꼼꼼하면서도 깊은 뜻이 담겨 있곤 합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내치락들이치락하다’라는 말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는 이름만 들어서는 그 뜻을 어림하기 어렵고,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뜻을 알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입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마음이 변덕스럽게 내켰다 내키지 않았다 하다’는 뜻입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 내치락들이치락한다. 무언가를 하자니 싫고, 안 하자니 아쉬운,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됨새(상태)를 제대로 그려냅니다. ‘안으로 받아들였다가(들이치다) 밖으로 내쳤다가(내치다) 하는 것을 되풀이한다(-락)’는 뜻을 더해서 만든 말로, 그 말을 만드는 수(방법)까지 바로 알 수 있으면서 재미있습니다. 둘째, ‘병세가 심해졌다 수그러들었다 하다’는 위태로운 됨새(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북한의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평양에서 김옥균 연구서 《김옥균》을 펴낸 것은 1964년이었다. 그것을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출판한 것은 그로부터 26년 후인 1990년이다. “이 책은 이미 1964년에 나온 것으로서 26년이라는 시간이 경과된 지금 어쩌면 고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후 북한 역사학계의 근대사 서술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 그리고 1968년 일본에서 번역. 출판한 이래 일본은 물론 심지어 남한 역사학계의 근대사 연구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아직도 이 책이 지닌 의의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주진오) 주진오의 논고에 따르면, 김일성은 1955년 12월 행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다른 나라의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닌 바로 조선혁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혁명이야말로 우리 당 사상사업의 주체입니다. ……조선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조선역사를 알아야 하며…..” 이로부터 3년 뒤인 1958년 3월. 김일성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 연설에서 “주지하디시피 일본은 동양에서 최초로 자본주의 발전의 길을 걸었습니다. 김옥균은 자본주의 일본을 이용하여 우리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피스로드, 컴플라이언스 컨퍼런스, 벤처포럼, 쿨페스티벌..... 영어와 국제 불명 단어가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 문화, 그리고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세계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국제적인 용어를 남용하는 현상은 오히려 소통의 장벽을 높이고, 우리말의 값어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외래어의 남용과 순화되지 않은 표현 등 최근 우리말에는 영어, 일본어 등 외래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이나 미디어 분야에서 외래어를 사용하면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래어 남용은 오히려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우리말의 독창성을 잃게 만듭니다. 상호를 정함에 있어 'LA HOUSE", "춘천집"은 지명+집으로 다를 게 없습니다. 문제는 'LA HOUSE"는 손님이 득실거리는 데 견주어 "춘천집"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우리의 국어사랑 실종 문화에 있습니다. 국제적인 행사나 기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며칠 전, 김포의 한 단독주택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60~70대의 부모와 형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침 뉴스를 접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또 친 아버지가 조립한 공기총으로 자식이 있는 아들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꼬리를 잇고 있다. 이런 비극은 멀리 떨어진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날마다 방송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강력 범죄, 존속살해, 성폭력, 청소년 범죄, 보이스피싱… 사건마다 무시무시하고 치가 떨린다. 범죄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치밀하고, 지능화 되어가고 있고, 잔혹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는 이에 대한 긴장감을 점점 놓아버리는 듯하다. 제도는 완화되고, 감시망은 느슨하다. 죄는 진화하는데, 방어선은 퇴화하고 있는 듯하다. 강력 범죄자들을 처벌하는데도 얼굴을 가리는 등 신상 공개를 주저하고 죄의 대가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범죄는 문화 수준과 비례한 것 같다. 문화가 발달할수록 범죄가 더 무자비해지고 지능화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사건들을 목도 하노라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국민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 속의 호랑이나 용이나 토끼나 닭이나 꿩이나 거북이가 다 우리들과 같이 춤출 수 있는 친구들로 그린 그림이다. 필요할 때는 비도 오게 하고 귀신도 쫓아주고 복도 갖다 주는 영물들이다. 그 속의 나무나 바위나 물이나 구름까지도 다 신령이 깃든 대상들이다." 조자용(趙子庸, 1926~2000) 선생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민화를 전시할 때 우리 민화는 이렇게 설명되었다. 민화를 처음 만난 관람객들은 민화 속에서 동물들이 어덯게 서로 대화하고 함께 노는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조자용은 1967년 한 골동품상에서 까치 호랑이 민화를 만났다. 호랑이 머리에서 까치가 세상 소식을 전하며 대화하는 그림이다. 그 그림이 그의 운명을 바꾸었고 우리나라 호랑이의 운명을 바꾸었다. 민화 속 호랑이는 88년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가 되어 올림픽을 주최한 한국인들이 해학과 익살을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이란 사실을 대변해 주었다. '민화', 곧 일반 민중들이 좋아하고 키워온 그림이란 뜻의 말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가 처음 쓸 때는 한국인들의 예술에는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