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사람들은 벤토(도시락)를 즐겨 먹는다. 편의점에 가면 손쉽게 사먹을 수 있도록 비닐그릇에 다양한 내용물을 담아 파는가 하면 철도역마다 에키벤(驛弁)이라고 해서 각 지방의 특산물로 요리한 도시락이 여행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런가하면 가정집에서도 초밥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다. 이때의 도시락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도시락이 아니라 보통 찬합이라 부르는 큰 그릇에 담긴 것으로 손님이 왔을 때도 이것을 시켜준다. 한국에서는 도시락이라고 하면 야외나들이 갈 때 김밥 따위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쯤으로 여기지만 일본의 도시락은 그것 보다는 훨씬 다른 차원의 음식으로 이를 벤토문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다. ▲ 편의점 등에서 파는 벤토(왼쪽) 부인이 애교스럽게 싼 벤토 벤토(弁當)라는 말은 중국 남송시대(南宋時代)의 변당(便當)에서 유래한 말로 예전에는 한자를 변도(便道), 변도(辨道)라고도 썼다. 이러한 벤토는 풍신수길시대인 안도모모야마시대(安土桃山時代, 1573-1603)에는 오늘날과 같은 칠기(漆器) 도시락이 선보였다. 그러나 일반 서민이 쓰기보다는 꽃놀이(花見)이나 차모임(茶會) 같은 때 귀족들이 주로 썼다. 그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삿포로라고 하면 우동을 떠 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삿포로 맥주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춥고 황량한 땅 북해도(홋카이도) 삿포로에 맥주회사가 들어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138년 전인 1876년(명치 9년)의 일이다. 당시 북해도 개척사들이 삿포로에 개척사맥주양조소를 설립하여 이듬해부터 냉제삿포로맥주(冷製札幌ビル)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 맥주박물관 전경(예전 삿포로맥주 공장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굴뚝과 붉은 벽돌의 삿포로맥주공장은 지금 맥주박물관으로 사용되어 연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눈이 한길이나 쌓인 1월 초순 맥주 박물관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친절한 직원들이 단체 관광객들을 팀 별로 데리고 다니면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마지막 코스에서는 맥주 1컵씩을 기호대로 골라 마시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1876년 삿포로 맥주는 맥주공장을 가동한 이래 10년 만에 삿포로맥주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제조와 판매를 시작하게 되며 1906년에는 일본맥주양조인 에비스맥주와 오사카맥주인 아사히맥주가 합병하여 대일본맥주주식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 무렵 시즈오카현, 나가노현, 니이가타현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한국에도 설음식이 있듯이 일본에도 일본 고유의 설음식이 있다. 양력설을 쇠는 일본은 지난 한주 동안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는 설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어제 1월 7일은 그동안 설음식으로 빵빵해진 배를 편안하게 하는 나나쿠사가유(七草粥)라는 채소죽을 먹음으로써 설날 음식을 통한 새해의식을 다졌다. 설로부터 이레째가 되면 얼추 설치레는 끝나는 셈이다. 일본의 설음식인 오세치요리(お節料理)는 대부분 인연을 짓는 음식(緣起)이라고 해서 장수, 부자, 자손번영 같은 것을 의미하는 재료를 쓴다.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라고 쓰며, 검은콩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고, 밤조림은 황금색이 의미하듯 부자를, 청어알은 자손 번성을 뜻하는 식으로 재료 하나하나에 뜻 깊은 의미를 새기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 화려한 일본 설음식 오세치요리(お節料理) 요즈음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집 보다 편리하게 큰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주문해서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값도 다양하여 3~4인분을 기준으로 싼 것은 20,000엔부터 비싼 것은 198,000엔짜리까지 그 내용물에 따라 천양지차다. 십여 년 전 일본친구 집에서 설날을 맞은 적이 있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신사의 나라 일본에는 몇 개의 신사가 있는 것일까? 한 통계에 따르면 대략 8만개가 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언뜻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서울에 한집 건너 교회가 있는 것만큼 많은 숫자다. 지상에도 모자라 바다 속에도 신사를 만들었는데 바로 해저신사(海底神社)다. 치바현 타테야마(千葉 館山) 앞바다에는 해난사고를 막기 위해 지역 유지가 돈을 내 1997년 7월 완성한 신사가 있다. 해마다 연말에는 이곳 도리이(鳥居, 신성한 구역임을 나타내는 문)에 시메카자리(しめ飾り, 정초에 신사나 집 대문에 다는 금줄에 해당하는 장식)를 바꿔 다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시메카자리 교체 모습을 요미우리 방송에서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그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일본인들이 신사를 사랑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신사는 일본인의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무엇임을 새삼 느껴본다. 일본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강보에 쌓아 신사 참배를 하고 3살, 5살, 7살에도 시치고상이라하여 신사 참배를 한다. 이 풍습은 어느 집이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치루며 집집마다 사진을 찍어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인생의 최고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계사년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슬슬 한국인들은 갑오년 말띠해 해맞이를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의 새해 모습은 어떤가? 일본은 우리와 달리 해마다 정초에 신사참배를 하는 풍습이 있다. 유명한 신사나 절에 가서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이날 비는 기도제목은 학업성취, 사업번성, 교통안전, 개운초복(開運招福) 같은 것으로 이 정도면 인간 생활의 축복은 거의 대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을 빌기 위해 정초에 신사나 절을 찾아 가는데 이러한 것을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한다. 물론 일본인의 신사참배는 거의 일 년 365일 하는 것이지만 특별히 정초에 가는 것을 처음이라는 뜻의 하츠(初)를 붙여 하츠모우데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정초기도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다. ▲ 하츠모우데 하러 신사에 모인 일본인들 도쿄 명치신궁(위)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 설날을 음력으로 쇠는 한국인들에게 양력설은 기껏해야 동해안 일출을 보러 가거나 12월 31일 날 보신각 타종소리를 들으러 종로에 나가는 것이 고작이지만 양력설을 쇠는 일본인들에게 정초는 설날이자 신사참배를 하는 중요한 명절이다.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일본 사람들이 생선을 좋아하는 것은 섬나라라는 지리적인 까닭도 작용하겠지만 하고 많은 물고기 가운데 유달리 대접을 받는 생선이 있는데 다름 아닌 도미가 그 녀석이다. 일본말로 도미는 타이라고 하는데 이 생선이 특급 대우를 받는 것은 순전히 그 이름 때문이다. 이름이 어쨋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겠지만 그 까닭을 설명하려면 일본말로 고맙다 또는 축하한다라는 말을 알아야 이해가 갈 것이다. 아리가타이(고맙다), 메데타이(축하한다)에 타이라는 발음이 들어가는 바람에 타이(도미) 란 녀석은 별 노력 없이 귀한 생선 취급을 받으니 되게 운도 좋은 녀석이다. 도미라는 생선은 칠복신(七福神) 신앙에서 상업번성을 관장하는 에비스신(惠比壽神)의 낚시 줄을 타고 있는가 하면 신도(神道)에서도 귀한 몸이다.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에서도 도미는 빼놓을 수 없는 물고기다. 그것뿐인가! 각종 선거에서 입후보자가 당선되면 생중계 텔레비전 보도에서 종종 퍼덕거리고 있는 큼지막한 도미를 당선자가 높이 치켜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래서 도미는 일본인들에게 거의 신앙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식용으로도 일찌감치 사랑받아서인지 유적지에서 도미 뼈가 발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이제 곧 계사년 뱀띠 해는 가고 갑오년 말띠 해가 온다. 저물어가는 길목의 일본 분위기는 어떨까? 아직 12월 초라 연말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길거리나 슈퍼에 가보면 슬슬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후쿠오카 도심 빌딩에도 망년회(忘年會)니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과 선간판이 내걸리는 것을 보니 올 한 해도 다 갔구나 싶다. 뿐만 아니라 저녁 시간이 지나 밤 9시 무렵 상점가 술집 앞에는 망년회를 마친 것인지 십여 명씩 방금 술집에서 나온 홍조 띈 얼굴의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 술집마다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어디에나 사람 사는 곳에는 비슷한 정경이지만 특히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문화이다. 지난 주말 후쿠오카에서 2시간 여 거리인 오이타(大分)에 갔을 때 들린 슈퍼에도 일본만의 독특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물씬 느끼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먼저 슈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메카자리(注連飾り)다. 시메카자리는 보통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집 대문에 달며 다가올 한해의 액운을 막고 새해 복을 비는 뜻을 담고 있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북해도(北海道)》란 책이 있다. 신촌(서대문구 창천동) 버티고빌딩 2층에 있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빌린 책이다. 이곳에는 일본전문도서관이 있어 국내에서 쉽사리 일본관련 책과 디브이디(DVD)를 접하기 어려운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공간이다. 강의용 디브이디를 빌리러 갔다가 신간 책꽂이에서 발견한 이 책은 지난 8월에 나온 책으로 고향 문학산책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연붉은 노을로 표지를 장식하고 아무 군더더기 없이 북해도라고 되어 있어 북해도의 무엇을 다루고 있나 하는 호기심이 있어 빌려왔으나 내용은 북해도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을 골라 일부를 싣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더러더러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 《북해도(北海道)》책 표지 흔히 북해도라고 하면 겨울의 눈축제(유키마츠리)나 아이누 족을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문학 속에 비친 북해도의 모습은 춥고 황량한 겨울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다. 라일락은 일본 원산지 나무가 아니다. 원산지는 터키반도에서 유럽남동부 발칸반도 일대다. 라일락은 영어 이름이고 리라는 프랑스 이름이다. 라일락의 일본 이름은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비닐 봉투나 종이 가방 같은 것이 나오기 전에는 일본에서도 후로시키(風呂敷, 보자기)가 쓰였다. 일본 보자기의 기원은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 정창원(正倉院) 소장품 가운데 보자기 같은 것이 보이는데 부가쿠(舞樂, ぶがく, 전통적인 무대 예술)을 할 때 입던 옷을 싸놓았던 것이 보자기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보자기 형태라기보다 보자기 안쪽에 옷을 고정하는 띠를 붙여 놓은 것이라 보자기로 보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85)로 오면 히라츠츠미(平包)라고 해서 보자기에 서민들이 옷을 싸가지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재미난 것은 이 시대 목욕 문화와 보자기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후로시키(風呂敷, 보자기)라는 말도 후로(목욕)라는 말이 들어 있어 목욕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당시에 목욕은 단순히 신체를 깨끗이 하는 뜻 말고도 마음을 닦는다는 뜻이 있어서 알몸으로 목욕탕에 들어가지 않고 흰옷을 걸치고 욕탕에 들어갔다고 전해지는데 욕탕 앞에서 보자기에 별도로 싸가지고 간 흰 옷으로 바꿔 입었다. 흰옷으로 갈아입을 때는 바닥에 보자기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인이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남녀불문하고 소나무입니다. 일본인은 정원에 소나무 한그루를 심고 그 옆에는 작은 길을 만들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게 합니다. 이런 것이 전통적인 일본 미학의 기본적인 형태이며 이러한 일본인의 소나무 사랑은 아마도 오래된 회상(回想)에서 기인한 것일 겁니다. 위는 평론가이자 교토대학 교수였던 타다미치타로(多田道太郞, 1924-2007)가 그의 책 《신변의 일본문화, 身邊の日本文化》에서 한 말이다. 그는 왜 소나무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보았을까? 그는 말한다. 일본인들은 신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보았는데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를 의지해서 땅으로 내려온다고 믿었다. 이를 의대(依代)라고 한다. 의대가 없으면 신은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원에는 소나무를 심고 연극을 할 때는 무대 뒷면에 소나무를 그리는 것이다 타다미치타로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소나무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신목(神木)인 것이다. 그러나 신이 나무를 타고 내려온다면 구태여 소나무여야 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한국의 무당집 앞마당에는 키 큰 대나무를 심어두는데 이 나무를 통해 신이 내려오는 것으로 믿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