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오사카 이윤옥 기자] “이 지역은 이카이노(猪飼野)라고 불리어 고대로부터 일본과 조선반도의 사람들이 교류해 왔습니다. 약 1600년 전 미유키모리신사(御幸森神社)의 제신(祭神)인 닌토쿠왕(仁德天皇)의 즉위를 축하하여 백제(百濟)에서 도래한 왕인박사(王仁博士)가 ‘나니와즈노우타(오사카의 노래)’란 와카(和歌: 일본 시)를 보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에도시대(江戶時代)에 일본과 조선의 선린·우호의 사절단인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12회(오사카에는 11회) 왔습니다. 이 통신사의 방문을 축하하여 쓰시마번의 통역관인 운메이(雲明)가 고대 왕인박사가 쓴 ‘나니와즈(오사카)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매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지은 시를 한글로 써서 조선통신사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이 자료는 1994년 조선통신사 연구가 신기수(辛基秀)에 의해 효고현 다츠시의 구가(舊家) 야세가(八瀬家)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조선과의 우호·공생시대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며 이 가비(歌碑)를 오사카 이카이노 땅에 건립합니다.” -2009년 (평성 21년) 10월 길일, 왕인박사 ‘나니와즈(오사카)의 노래’, 일본어·한글 노래비 건립위원회- 이는 오사카 츠루하시 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아름다운 사람.’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참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선뜻 정의하기는 어렵다. 개인마다 미의식이 모두 다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달라서 더 그렇다. 내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남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일 수 있고, 남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내 눈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렇듯 ‘미(美)’라는 것은 갑론을박이 무성한 주제이지만, 어떤 문화권에서 대체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 아래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규명하는 긴 프로젝트의 중간 보고서로 나온 이 책 《아름다운 사람》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던 미의식을 유려한 문체로 보여준다. 책의 구성은 책임연구원 백영서, 강태웅, 김영훈, 김현미, 조규희, 최경원, 최기숙 등 7명이 각각 ‘사랑’, ‘고독’, ‘꾸밈’, ‘성찰’, ‘수행’, ‘감각’을 주제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점을 풀어놓는 방식이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사람들은 언제 아름다움을 느끼고, 어떤 촉각, 미각, 시각이 아름답다고 인식하는지 ‘미적 감각에 대한 사유’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백로(白鷺)는 왜가리과에 속하는 흰새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백로에 속하는 조류는 지구상에 12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있다. 가장 흔한 백로가 중대백로이고 다음으로는 중백로가 많다.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대백로가 모두 백로에 속한다. 백로는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로 상징된다. 따라서 시문에 많이 등장하며, 화조화(花鳥畵)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백로와 비슷한 흰새로서 두루미가 있다. 두루미는 두루미과의 새로서 왜가리과인 백로와 과(科)가 다르다. 두루미가 백로와 다른 점은 머리끝이 붉다는 점이다. 두루미는 머리끝이 붉어서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부른다. 두루미의 영어 이름은 red-crowned crane이다. 두루미와 학(鶴)은 같은 새의 다른 이름인데 두루미는 우리말이고 학은 한자일 뿐이다. 학은 수명이 길어서 십장생(十長生)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장수의 대명사인 학은 천 년을 산다고 하지만 과장이라고 하며, 실제로는 86살까지 산 두루미가 있었다고 한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지금은 세상을 뜬 작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화한 것인데, 원작에서는 비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중국 당나라 때 동방규라는 시인이 살았다지요. 그는 전한(前漢)의 효원황제(孝元皇帝)때 왕소군(王昭君)이라는 궁녀가 흉노족의 우두머리 호한야에게 공물에 끼워져 시집간 것이 못내 아쉬워 <소군원(昭君怨)>이란 시를 지었다네요. 왕소군은 하늘의 기러기도 그 미모에 넋이 나가 날갯짓을 잊고 떨어질 정도였대요. 그래서 낙안(落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전해 오지요. 동방규는 그게 어지간히도 배가 아팠던 모양입니다. 칠백 년이나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냈으니까요. 그런데 그 <소군원>이란 시가 천삼백여 년이나 흐른 이십 세기말에 때아니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지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구나. 그랬었지요. <소군원>의 한 구절처럼 1980년 신군부 시절, 이 땅의 봄은 그랬답니다.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니로다! 그 봄의 어느 날 나는 경원선 열차에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이라는 명사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봄이었지요. 그렇게 봄 같지 않은 봄도 처음이었고, 경원선 열차도, 동두천이라는 도시도 처음이었답니다. 망월사역을 지나고 의정부를 지날 때까지는 서울처럼 개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운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운은 그저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운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고, 그저 나쁜 일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 《운을 만드는 집》의 지은이 신기율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명(命)’은 고정불변의 것이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은 자신의 의지로 길흉을 바꿀 수 있는 ‘운(運)’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돈ㆍ건강ㆍ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좋은 공간에 사는 것은 재운과 건강,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공간이 가진 특별한 치유의 힘과 가능성, 에너지를 알고 다스릴 수 있다면 이는 공간이 좋은 운수가 열리는 지름길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400년을 이어온 최부잣집의 남다른 스페이스로지’다. ‘재불백년(財不百年)’, 곧 ‘100년 가는 재산이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산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에, 무려 400년 동안 부를 이어간 최부잣집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간 설계’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최씨 집안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올해로 일본어에 입문한 지 46년째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통장에 돈은 없어도 책장에 넘치는 일본 관련 책을 바라다보면 흐뭇하고 뿌듯하기보다는 '이 책들을 다 어찌할꼬?' 싶은 생각에 요즘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도쿄 진보쵸의 고서적 거리를 비롯하여 와세다대학 앞의 헌책방가는 내가 단골로 다니던 서점가였다. 더러는 한 끼 식사비마저 아껴 사들였던 어쩌면 자식 같은 이 책들을 <이윤옥의 일본어 서재>에서 틈나는 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책은 주로 문학, 문화, 역사, 철학, 사상, 요리, 여행을 비롯하여 백제 성왕 때 일본에 불교를 전수한 조선의 찬란한 불교 유적과 역사 관련 책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이 서가에서 나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일본어책이다. 문학이니 역사 같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분류보다는 그때그때 책의 주인인 나의 눈길과 손길이 가는 책들을 골라내어 소개하고자 한다. -글쓴이 말-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日本料理は目で食べる)’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본 요리는 맛은 차치하고 우선 시각적으로 볼만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 말을 과자에 적용해도 손색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천리포수목원은 계절마다 풍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충청남도 태안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곳이 바로 천리포다. 놀랍게도 이 천리포수목원을 가꾸어 낸 이는 우리나라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이다. 이 책 《민병갈,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의 지은이 정영애는 우연히 천리포수목원을 갔다가 민병갈 원장의 삶에 매료되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머릿속에 천리포수목원과 민병갈 원장이 떠나질 않아 결국 수목원에 전화를 걸었다. 민병갈 원장님의 전기를 쓰고 싶다고 하자 천리포수목원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면서 여러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이 책은 이렇게 천리포수목원과 그곳을 가꾼 한 사람에게 반한 지은이의 열정이 빚어낸 책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천리포수목원으로 차를 몰았다. 모두 다섯 번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민병갈 원장이 반겨주는 듯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 머나먼 한국 땅에 이토록 아름다운 수목원을 가꿔낸 주인공, 민병갈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고 어떻게 천리포수목원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민병갈 원장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대화는 말 끌어내는 반김이 필요하다 힘든 것 알아주는 잘했다 고생했다 그 말로 평가하지 말고 놀라면서 반응하자 대단해, 너 최고다! 감탄하고 칭찬하자 힘들지? 그게 뭘까 생각의 문 열어주자 말에도 마중물이 있다 친밀감의 맞장구 속초 아바이마을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아트플랫폼 갯배’에서 김기옥 시인의 시조집 《귀얄무늬 터치》를 받았습니다. 위 시는 《귀얄무늬 터치》에 나오는 김 시인의 시 <칭찬의 말>입니다. 공감합니다. 제가 특히 이런데 약하기에 더욱더 공감합니다. ‘잘했다’, ‘고생했다’, ‘대단해, 너 최고다!’, ‘힘들지? 그게 뭘까’ 이런 말 하는 것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기 힘든 걸까요? 제가 이런 말을 잘하지 못하기에 아내에게 점수를 따지 못합니다. 김 시인의 말마따나 말에도 마중물이 있는 것인데... 녭! 앞으로 더욱더 명심하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약력을 보니 김기옥 시인은 1996년에 계간 《현대시조》에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였네요. 그리고 이번 《귀얄무늬 터치》 시집까지 5권의 시집을 내셨고, 제15회 강원여성문학대상, 제1회 강릉문학작가상, 제26회 현대시조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생명의 위대함은 찬양받아 마땅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암석투성이인 큰 바위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 경외감이 들기도 하지요. 조선시대 김시습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바위 위에 솟은 소나무, 푸른 잎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뿌리는 바위 깊숙이 박혀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굳은 의지의 상징입니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비, 바닷물에 맞서 살아가니까요. 검붉은 바위 색과 더불어 푸른 잎으로 주변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수월재(水月齋) 김현룡 선생님도 이런 시를 남기지요. 불긍동부토(不肯同腐土) 썩은 흙과 함께함을 즐기지 않아 찬암탁근심(鑽巖巖根深) 바위를 뚫고 뿌리 깊이 박았네. 직립간소간(直立干霄幹) 곧게 솟아 하늘을 찌르는 줄기 부근감상침(斧斤敢相侵) 도끼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네. 흙이나 수분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실로 생명의 경이로움, 신비로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쇠의 바다, 김해! 김해(金海)는 이름이 곧 ‘쇠의 바다’를 뜻할 정도로 철 생산이 많았던 곳이다. 지금은 평야와 산이 많지만 1,600년 전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항구 도시였다. 동아시아 으뜸 철기 공방이 줄지어 있던 금관가야는 신라의 공격으로 결국 멸망하고 만다. 지금도 김해에는 찬란했던 가야 시절을 보여주는 유적이 많다. 대성동 마을에서 발견된 가야왕국의 무덤은 그 가운데서도 많은 고고학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 까닭은 바로, 가야왕국의 전사들이 묻힌 57호 무덤에서 나온 뼈가 여자의 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가야왕국의 여전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정종숙이 쓴 《철의 나라 철의 여인들, 가야의 여전사》는 역사적 상상력을 토대로 가야의 여전사가 누구였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주인공 ‘여의’가 여전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57호 무덤에 묻혀 금관가야의 전설로 남게 되었는지 선명히 그려진다. (p.7-8) 대성동 마을에서 발견된 가야왕국의 무덤은 거의 180기가 넘었다. 그 가운데 진이의 호기심을 끈 것은 57호 무덤이었다. 고고학자들이 무덤을 열었을 때, 진이는 숨이 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