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꽃잠 꽃잠: 깊이 든 잠≒귀잠, 속잠 보기월)'꽃잠'은 '숙면'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여러분 꽃잠 주무셨는지요? 저는 요즘 꽃잠을 자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모두 날마다 꽃잠을 주무시기를 바라고 빕니다. '꽂잠'은 깊이 든 잠을 뜻하는 말로 '귀잠', '속잠'과 비슷한 말입니다. 그리고 '꽃잠'은 '숙면(熟眠)'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또 '꽃잠'은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가리킬 때도 쓴다는 것을 덤으로 알려드립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장의 사진에 나의 시선이 꽂혔다. 붉은색 천 조각을 기어서 만든 장삼 차림의 한 스님이 활짝 웃는 모습이다. 입가의 미소가 입술 끝을 한껏 끌어 올렸고 두 눈초리는 초승달처럼 휘어서 반대로 아래로 있다. 누가 봐도 웃는 얼굴이요, 온몸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 사진전에서 만난 정말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멋진 웃음이다. 사진 설명은 '가섭의 미소'라고 했다. 전라남도 고흥 능가사라는 절의 응진전에 있는 16나한 가운데 한 명이다. 가섭은 누구인가? 바로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 의 미소'의 주인공이 아닌가? 2,600여 년 전, 어느 날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다가, 문득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연꽃 한 송이를 들어서 설법을 듣고 있던 대중에게 들어 보였다. 이는 연꽃을 보여줌으로써 말을 넘어서는 깨달음의 의미를 대신 전하고자 한 것인데, 그 자리에는 수많은 대중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지만, 오직 가섭 존자만이 연꽃을 들어 올린 부처님의 뜻을 이해하고 빙긋이 웃어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도 빙긋이 웃음을 보이며 가섭존자를 자신의 앞으로 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청록파를 기리며 푸른 사슴들 어디로 갔을까 (돌) 타는 저녁놀 강나루 건너서 (빛) 숲은 불타고 산길 무너지니 (달) 마음 나루에 맴도는 시어들 (초) ... 25.4.10.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한국 현대시사를 말하면서 청록파 세 시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이들 세 시인의 위상은 우리 현대시의 큰 산맥 같아서 지금도 그 줄기가 굳건한 것 같다. 왜 청록파인가. 오늘날 같은 혼란과 갈등의 시기일수록 우리의 정신적 내면적인 정체성을 떠올리며, 먼저 간 세 시인의 시와 그 삶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뒤의 사회적 대혼란 속에서도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정신적 내면적 안정과 정화를 추구하며 우리 고유의 맑고 밝은 시학을 구현해 준 고마운 시인들이었다. 세 시인은 서로 이질적인 시세계를 추구하면서도 늘 화합하는 삶을 보여준 점도 주목하고 싶다. 그들은 각기 불교, 기독교, 선도, 샤머니즘 등으로 뚜렷이 종교적 철학적 배경이 달랐음에도 늘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며 자기 세계를 확립해 간 점은 우리 불한시사 역시 여러모로 본보기로 삼고 싶다. (옥광) • 불한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삼인칭이다. 실록에 나오는 역사는 사관이 제3자의 시각으로 써 내려간 역사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사관이 보고 판단하여 해석을 덧붙인 기록이다. 자연히 실제 인물의 의도나 생각과는 다른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은이 김응규가 쓴 일인칭 역사서, 《내가, 그다》는 ‘일인칭으로 읽는 조선 역사’라는 부제답게 역사 속 인물을 각자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태종, 정도전, 원경왕후, 단종, 조광조, 중종, 광해군, 소현세자, 사도세자, 정조까지 열 명의 인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확실히 일인칭으로 보는 역사는 박진감이 넘친다. 속마음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비록 어느 정도 허구가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소설식 구조이긴 하지만, 그만큼 어떤 마음으로 역사적 인물이 행동했을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물 열 명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지만, 최근 사극으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원경왕후의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원경왕후와 태종 이방원은 조선판 ‘부부의 세계’라 할 만큼 애증으로 점철된 세월을 보냈다. (p.61) 1382년, 혼기를 넘었음에도 불안은 없었다. 평균 15세면 결혼하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대해 살펴볼 때, AI가 셀룰러 감옥 얘기를 하니, 셀룰러 감옥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영국은 세포이 항쟁에서 많은 인도인들을 체포하여 인도에서 격리시키기 위하여 안다만섬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안다만섬에 수용된 인도인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수감될 감옥을 짓게 하였으니, 그 감옥이 셀룰러 감옥입니다. 영국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바큇살처럼 뻗어나가는 감옥을 지었는데, 이렇게 지으면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셀룰러 감옥은 탈옥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감옥으로 악명을 떨쳤다고 합니다. 셀룰러 감옥이 이런 형태로 지어졌다고 하니, 판옵티콘이 생각납니다. 그리스어로 ‘판(pan)’은 ‘모두’라는 뜻이고, ‘옵티콘(opticon)’은 ‘보다’라는 뜻인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처음 이런 형태의 교도소를 제안하였습니다. 벤담은 이런 교도소를 지으면 최소 인력으로 최대 감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공리주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하여 벤담은 프랑스 정부에 판옵티콘 감옥을 제안하면서 자신이 간수로 나서겠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급여도 받지 않겠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다가 1년 전에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아들이 작년에 K 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였다. K 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로 이사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분, 자전거로는 6분,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 교수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 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견주면 단조롭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쯤에 K 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 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2025년 5월 1일 <지도 포럼 창립 총회>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나는 그 날의 세미나에서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 140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에 대해 발표하고 싶다고 자청하였다. 까닭이 있다. 최근에 구한 미의회도서관의 자료에서 북대서양의 아조레스섬(Azores)을 조선인이 1883년 12월 어느날 방문한 기록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조선인이 쓴 것이 아니고 동행한 미국인 조지 포크(George Foulk) 소위가 쓴 것이다. 1883년 12월 1일 조선인 3인과 함께 미군함 트렌턴호(Trenton)에 몸을 싣고 뉴욕항을 출항한 조지 포크가 조선인들과 함께 악천후로 죽을 고생을 한 뒤 지브롤타로 향하고 있던 중에 부모님 전 상서를 썼다(위 편지). 여기에서 그는 며칠 전의 아조레스 방문에 대해 적었다. 그 내용이 매우 여실하여 인문지리학자의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 11일(1883.12.11) 우리는 다시 돌풍을 만나 밤새 악전고투했습니다. 자정께 큰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12일 날이 밝자 돌풍은 사라지고 날씨가 좀 좋아졌습니다. 우리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노자의 도덕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계곡의 임금이 되는 까닭은 수많은 계곡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백성들의 앞에 있는 것은 자신을 뒤로하기 때문이며, 통치자가 백성들 위에 있는 것은 그 말을 낮추기 때문이다. 성인은 싸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천하가 그와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강과 바다는 모든 물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 까닭은 자신을 낮추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넓은 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낮춤으로써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것이죠. 이는 지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낮추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며,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겸손은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높이 세우고 자랑하는 사람보다는 겸손하고 낮추는 사람에게 더욱 쉽게 마음을 열고 신뢰를 갖습니다. 그리고 낮춤은 곧 존경으로 이어지지요. 스스로 낮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게 됩니다. 겸(謙) 자는 言(말씀 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 한승수 / 4월 온 천지가 봄이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길이건 주택가건 공원이건 그동안 심고 가꿔온 꽃과 나무들이 모두 피어나 이 계절을 마음껏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 4월이 하순으로 넘어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봄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일제 강점기인 1926년 나온 이 노래는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나온 멋진 노래가 아니던가? 이달 초 필자는 이 노래가 나온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서 산림녹화와 우리 전통문화를 발굴하다가 이 땅에 묻힌 일본인 아사카와 노리다카 94주기를 추모하면서 이 노래를 같이 불러주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우리 땅에 묻혀 있으니, 이곳이 곧 당신의 고향이란 뜻이 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원수 님이 쓰신 동시다. 1911년생인 이원수 씨는 마산공립보통학교를 다니던 열다섯 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곡우절(穀雨節) 메마른 땅이 봄비를 기다려 (달) 무논에 물 들어오면 어영차 (돌) 곡식을 꿈꾸며 희망에 젖네 (심) 곡우에는 꿈자리에 모내네 (빛) ... 25.4.20. 불한시사합작시 설명 / 겨우내 메말라 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린다. 농민들은 촉촉한 땅에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고 못자리를 마련하거나 밭갈이를 시작한다. 봄비가 내리면 만물이 갈증을 면하고 곡식들이 잘 자라게 되기에 곡우라고 하였다. 농경민족에게는 이 곡우 절기처럼 중요한 때도 없을 것이다. 한 해 농사가 제대로 시작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를 사는 우리도 왠지 곡우라는 이 말은 정겹기도 하고 설렘을 갖게도 한다. 그것은 봄비가 주는 느낌이 겹쳐 있기 때문은 아닐까? 불난리, 사람 난리 가득한 이 땅에, 곡우에 비 내리면 곡식도 희망도 꿈도 다시 심어야 하지 않겠나. (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