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일성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북한은 찬양하기에 급급해한다. ‘아니요.’라고 말할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침묵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한에서는 어떠한가. 역시 자유가 없다. 김일성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흔들지 않으면 사상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욕설에 가까운 반대부터 해야 한다. ‘고려연방제’만 해도 그렇다, 그 내용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위험스러운 일이다. 김일성이 “쌀밥이 역시 최고야”라고 강조했다고 치자. 북한 주민들은 ‘보리밥이 더 맛있어’라고 말할 자유가 없어진다, 남한 사람들도 자유가 제약받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는 쌀밥이 싫어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분단체제 아래에서는 북이나 남이나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김일성이 김옥균을 높였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북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양하기에 여념이 없다. 맹목적인 교조주의에 빠진다. 남한 학자들도 불편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김일성에게 동조한다고 의심받을까 봐 께름칙하지 않을까? 물론 오늘날 한국 학자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학문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김일성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달 초 중남미 카리브해라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섬나라 쿠바의 수도 아바나 외곽의 한 유대인 묘지에 우리나라 대사가 헌화를 한 행사가 있었다. 묘지의 주인공은 아이작 본다르(Isaac Bondar)라는 이름의 한 쿠바인으로 우리의 6ㆍ25 전쟁에 미군 병사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사람이다. 1928년 쿠바에서 태어난 본다르는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다가 미군에 입대해 미군 45보병사단 소속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전장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1952년 5월, 23살의 나이로 전사했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전에는 미국과 매우 가까운 나라여서 많은 쿠바인들이 미국에서 살다가 미군에 입대했었기에 참전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본다르 상병만 알려져 있다. 이날 이호열 주쿠바 한국대사는 재쿠바 유대인협회와 함께 묘소를 방문해 "한국 정부를 대표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본다르 상병을 대한민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먼 나라였다. 카리브해 중간에 있으므로 뱃길로 바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거기에 가려면 미국 마이애미나 다른 지역에서 비행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갈등(葛藤) 칡은 오른쪽 등은 왼쪽으로 (돌) 갈등을 엮으면 풀 수 없겠네 (빛) 얽힌 것은 언젠가 풀리는 법 (심) 땅 하늘로 위 아래로 푼다네 (달) ... 25.7.18. 불한시사 합작시 칡덩쿨과 등나무 넝쿨을 가리키는 ‘갈(葛)’과 ‘등(藤)’이 비유적인 의미의 "갈등"이란 말로 처음 나타난 것은 중국 송대의 선(禪)불교라고 알려졌다. ‘마음의 뒤엉킴’을 표현하고, 분별심(分別心)이나 시비심(是非心)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이는 선종문헌인 《벽암록》과 《전등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말이 오늘날에는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회적인 의견 충돌과 다툼을 뜻하는 말로 발전해 왔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은 왼쪽으로 얽히듯, 갈등은 끊임없이 이 세상을 덩쿨 넝쿨로 감아올려 가고 있다. 그런데 어떤가? "갈등"은 원래 없었다. 칡과 등나무가 있고 지켜보는 내 마음이 있을 뿐인 것을.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해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햇볕이 바로 내리 쬐니 말입니다. 한낮에는 그야말로 '불볕더위'와 함께 '무더위' 를 함께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시원한 마음으로 하루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묵다'입니다. '해+묵다'의 짜임으로 된 말로 바탕 뜻(기본의미)은 '어떤 몬(물건)이 해를 넘겨 오랫동안 남아 있다'입니다. 저는 지난 이레끝(주말) 집가심(집청소)을 했었는데 구석에서 뜻밖의 것을 보았습니다. 해묵은 고구마에서 줄기가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키운 것처럼 자란 것을 보고 놀랐지만 먹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서 줄기를 떼고 삶아 먹었답니다. 이처럼 해를 넘겨 남아 있는 것들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지만 '어떤 일이나 감정이 해결되거나 풀어지지 못한 상태로 여러 해를 넘기거나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묵은 과제", "해묵은 고민"과 같은 말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박경리 님의 '토지'에 '해묵다'를 쓴 좋은 보기가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해묵은 원한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오래된 원한'이라고도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탑승구를 나와 저물어가는 빗속의 <도야마(富山) 공항>이라고 적힌 글씨를 본 순간 뭉클했다. 수많은 옛 조상이 ‘나를 잊지 않고 와주었구나!’ 하고 눈물로 맞아주는 것 같았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출구를 나서자 ㅎ 선생님이 우산 두 개를 들고 맞아주셨다. 첫 만남이지만 그간 많은 메일을 주고받았기 때문인지 특별히 긴 인사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ㅎ 선생님은 도야마 구로3댐의 조선인 노동자에 대해 주목해서 처음으로 집요하게 연구하신 분이다. 그분이 앉은 자리에는 ‘4.3 기억하다’라고 적힌 붉은 친환경가방이 놓여 있었다. 수년 전 조선인 옛 노동자 김태경 씨의 후손을 만나러 제주도에 갔을 때 받은 가방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마중 나온 ㅎ 선생님의 차로 1시간 정도 다테야마(立山)–구로베(黒部) 알펜루트를 향했다. 눈 덮인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곳을 향해 가는 길은 자연이 아름다워서 현실 같지 않았다. 다테야마 연봉(連峰)을 오르는 케이블카 표는 이미 매진이라서 바로 옆에 있는 다테야마 칼데라 사방박물관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다테야마는 4월1일 발매 순간에 여행사들이 선점해 버리는 초인기 여행지로 한국에서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목숨을 잃은 분들도 계시고 집이 흙더미에 덮히거나 무너져 보금자리를 잃으신 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집이 물에 잠겨 살림이 다 못 쓰게 된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목숨을 잃으신 분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고이 쉬시기를 그리고 집과 살림살이를 잃으신 분들이 하루 빨리 나날(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라고 빕니다. 오늘도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구름들 사이로 해가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되풀이 하고 있네요.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거라는 기별을 들었는데 제가 있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무늬'입니다. '해가 비쳐서 얼룩얼룩하게 진 무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뭇잎 사이나 발과 같은 것을 거쳐서 지나온 햇살이 만들어 내는 얼룩덜룩한 무늬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져 만든 그림이라고 할까요? 그걸 보고도 '해무늬'라는 말을 모르면 말이나 글로 쓸 수가 없을 겁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보기월(예문)이 없는 것이 이 말을 알고 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말꽃지음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배용준. 지금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한때는 온 세계, 특히 아시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류스타였다. 《겨울연가》의 성공 이래 그가 관심을 가진 모든 것은 큰 화제가 되었고, 그가 방문한 장소들은 일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인기가 엄청났다. 배용준이 2009년, 여행 수필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낸 여행》을 냈을 때도 반응은 뜨거웠다. 책에 나온 장소들이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세계 각국에 번역 출판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온 지 15여 년 만에 펼쳐본 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단지 한류스타가 썼다는 이유로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면 찬찬히 음미할 만한 대목이 많은,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 수필이었다. 책은 ‘머물다’, ‘떠나다’, ‘버리다’, ‘사색하다’, ‘돌아오다’ 등 여정을 떠올리는 말들로 구성된다. 한국문화의 본산을 찾아 떠나고, 거기서 한 체험과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방식이다. 가령, ‘떠나다’ 편에서는 옻칠 장인의 공방을 찾아 옻칠을 배우고, 절에 가서 여러 날 머물며 절 음식을 맛보고, 차를 덖는 과정을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조선인이 참혹하게 죽어간 구로베가 또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제목의 글 5편은 지난해(2024년 12월 2일부터 29일까지) 류리수 박사가 쓴 글이다. 당시 이 글을 싣게 된 상황은 악명높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을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소개되고 있을 때였다. 당시 5편의 글은 “1. 사도광산에 이어 세계문화유산 등재 또 추진 중인 ‘구로베댐’ 2. 암반온도가 200도, 터널공사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3. 고열 터널 속, 조선인들의 뼈와 살을 갈아 넣다 4. 다이너마이트와 눈사태로 온몸이 찢겨 산화된 조선인 5.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지워나간 일본” 순이었다. 류리수 박사는 이 5편의 글 연재후, 곧바로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구로베댐이 있는 도야마(富山)지역을 다녀왔다. 그 생생한 기록을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말> 구로베(黑部) 3댐의 조선인 강제노동현장을 찾아서 나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 도야마(富山県)에 있는 구로베3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나가노현(長野県)에서 전시(戰時)의 전력을 위한 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날인 수요일 점심시간에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수들 몇이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축제 이야기가 나오고 미스 K 이야기가 나왔다. 미스 K가 미녀라서 그런지 매우 도도하다고 ㅌ 교수가 말했다. K 교수는 그녀가 그렇지 않다고, 매우 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이라고 부인하였다. 그러다가 K 교수는 미스 K를 축제에 초대할 수도 있다고 얼떨결에 밀해 버렸다. ㅌ 교수는 그 말을 받아서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은 그러면 내기를 하자는 데에까지 진전이 되었다. 미녀식당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걸고 점심내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두 교수는 증인으로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기를 걸고 나서 K 교수는 연구실로 돌아왔다. K 교수는 바쁜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인 3시쯤에 미녀식당으로 전화했다. 마침, 미스 K가 직접 받았다. K 교수는 내일 축제에 데리러 갈 테니까 예쁜 옷 입고 식당에서 오후 3시에 기다리라고 전했다. 미스 K와 통화한 후 K 교수는 내기에 참여한 다른 세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오후 3시 30분에 K 교수의 학과 학생회에서 만든 천막주점으로 오라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통화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일이 있어서 날이 바뀐 뒤에야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잠이 얼른 들지 않았는데 밖에서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빗소리를 듣고 얼마나 많이 세게 내리는지 어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 세게 내리더군요. 아침까지 이렇게 내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빗소리는 안 들리고 하늘의 구름도 거의 다 걷히고 해가 비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많은 비가 짧게 내리고 그쳐서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먼지가 쌓여 있는 수레 생각이 났습니다. 세차게 내리던 그 비를 맞았으면 하얀 제 수레가 좀 해말개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죠.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해말갛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하얗고 말갛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빛깔이 희고 말갛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해말갛다'는 '해'+'말갛다'의 짜임으로 된 말입니다. '해'는 앞서 본 '해뜩'에서 '희다'와 아랑곳한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갛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산뜻하게 맑다', '국물 따위가 진하지 않고 묽다', '눈이 맑고 생기가 있다'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