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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스스로 '나가사키 원폭 피해국'이라 말하지 말라

오늘은 8월 9일 나가사키 원폭 맞은 날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한순간에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수많은 시민과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다행히 목숨만은 건진 피폭자들에게도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과 몸의 상처, 방사선으로 말미암은 건강장해를 남겼다. 우리는 이러한 희생과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며 이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바친다. 우리는 원자폭탄에 의한 피해의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할 것이며 이러한 역사를 교훈 삼아 핵무기 없는 영원히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1996.4.’


이는 ‘국립 나가사키 평화기념관’에서 만든 한글 홍보 안내문 내용의 일부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는 미군의 원자폭탄 세례로 아비귀환이었다. 단순히 ‘원자폭탄 투하’ 만 놓고 본다면 홍보물에서 말하듯 “일본인의 희생과 고통” 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가공할 만한 원폭 피해의 실상을 국내외에 알리고 길이길이 후세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도 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 홍보물에는 아주 중요한 정보가 빠져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어째서 미군이 원자폭탄을 퍼부었는지를 의도적으로 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나라에 고통과 피해를 준 가해국 일본이 마치 피해국임을 자처하는 꼴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나가사키기념관에 가면 모든 전시물이 ‘피해국 일본’으로 둔갑되어 있다. 적반하장이란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 나가사키 피폭으로 멈춰버린 시간, 나가사키 평화기념관 전시물


기념관에 들어서면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에 시계바늘이 멈춘 시계가 걸려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전시방 마다 당시의 피해사항을 빼곡하게 전시하고 있다. 특히 기자의 시선이 멈춘 곳은 새까맣게 탄 양은도시락 모습이다. 이것은 원폭지점에서 700미터 떨어진 이와키마치 초등학교에 다니던 14살 츠츠미 양의 도시락이다. 원폭 피해를 가장 잘 말해주는 시커먼 도시락 앞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씩 학생들을 인솔하고 현장답사를 온 교사들이 “미군의 원폭 투하로 아무 죄가 없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죽어갔다”고 설명하고 있다.


   
▲ 희생된 한국인 이야기가 빠진 한글판 ‘국립 나가사키 평화기념관’ 홍보물

 
정말 미군은 아무 죄도 없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던진 것일까? 양심이 있는 교사라면 일본의 태평양전쟁을 말해야 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살상당했으며 그 결과 나가사키에 원폭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간략한 설명이라도 덧붙이는게 도리지만 패전 70년 동안 일본은 일제국주의가 저지른 ‘전쟁의 역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조선을 침략하고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죄악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원폭의 피해 현장에서 조차 말이다.


   
▲ 피폭으로 타버린 여학생의 도시락을 전시하여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나가사키평화기념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는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과 노역 등으로 끌려와 있었으며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8월 9일 나가사키의 원폭 현장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원폭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들에 대한 치료와 보상은커녕 해마다 열리는 원폭피해자 추도회에서 조차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 나가사키평화공원 안의 나가사키원폭조선인희생자 추도비


파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가증스런 것은 현 아베정권의 ‘전쟁 조짐’의 움직임이다. ‘언제든지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부활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일본은 시한부 폭탄이다.


   
▲ 나가사키원폭조선인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추모회를 하는 모습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이 받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70년 전 8월 9일 오늘,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상황임을 직시하면서 일본은 피해자의 가면을 벗고 스스로 가해자임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그 죄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