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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푸새

[뜻] 뫼와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
[보기월] 불빛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푸새들도 가을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제 낮밥을 먹고 쉴 겨를도 없이 일거리를 하나 들고 올라와 슬기틀 앞에 앉았습니다. 가심을 하러 온 아이들이 여느 날과 달리 부지런히 쓸고 닦고 난 뒤에도 가지 않고 책상위 장난글씨들을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시키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추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갈 생각을 않고 저희들끼리 놀이를 하더라구요. 잡기 놀이였는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깔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하면서 잘 노는 걸 차마 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아이들이 크게 웃으면서 노는 걸 본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있는 방은 아이들에게 참새들 방앗간 같은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배움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들렀다가 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불을 껐다켰다 하는 장난을 치는 아이도 있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 놀래키기도 합니다. 저는 괜찮은데 다른 분들이 싫어한다고 그만 하라고 해도 잘 안 된답니다. 
 
  어떤 아이들은 슬기틀을 붙들고 앉아 있는 저를 보고 뭐가 그리 바쁘냐고 묻기도 합니다. 많이 바쁜데 켯속도 모르고 장난을 거는 아이들 나무랄 힘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어제 뒷낮이 그랬습니다. 말없이 하던 일을 했습니다. 
 
 날이 갑자기 쌀랑해진 뒤 제 몸도 많이 무겁게 느껴져서 그제부터 마실을 나갑니다. 밤에 냇가를 따라 걸으니 손과 귀가 살짝 시리더라구요. 낮같이 불을 밝혀 놓은 곳을 지날 때는 기어다니는 벌레들도 보인답니다. 불빛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푸새들도 가을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들겨울(입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떨어져 수북히 쌓인 나뭇잎들과 어우러져 한 폭 그림을 보는 듯했습니다. 
 
-옥색 수단 치마저고리를 입은 서희 모습은 서리 맞은 푸새 같았다.(박경리, 토지)
-만약에 이 국토에서 온돌의 화근으로 미구에 마지막 푸새 한 포기마저 깡그리 긁혀 없어진다손 치더라도...(유치환 나는 고독하지 않다)
-들녘에 푸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