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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허적거리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허적거리다
[뜻] 자꾸 함부로(마구) 들추어 헤치다.
[보기월] 쓰레기통을 허적거리던 고양이가 제 발자국 소리를 듣고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날이 저물자 바람이 한결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모임이 있어서 때에 맞춰서 나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닿았습니다. 나날말 다듬기 셋, 토박이말 노래 둘, 갈말 맛보기 다섯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살기 바빠서 생각도 못 하고 그냥 지나치는 가운데 돌처럼 굳어버린 말들을 쉬운 말로 바꿀 바탕을 다지는 일이 참으로 바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씩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늘어날 거라 믿습니다.
 
  뜻밖에 토박이말바라기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신다는 기별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법인 만드는 일을 하면서 둘레 분들께 여러 가지로 짐스럽게 해 드린 게 마음에 많이 걸립니다. 갈 길은 멀고 마음이 바쁘다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다 지나고 일됨새를 알고 나시면 다 풀치실 것입니다. 

 요즘은 제가 집으로 가장 먼저 들어갈 때가 많습니다. 일찍 들어간 사람이 저녁 채비를 해 놓았다가 다 같이 밥을 먹곤 합니다. 저녁을 먹을 무렵 동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몇 사람이 때를 맞춰 가서 같이 슬픔을 달래 주고 왔습니다. 

  날씨처럼 사늘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길, 수레를 대 놓고 걸어 오는데 사람을 더 서늘하게 만드는 게 있었습니다. 쓰레기통을 허적거리던 고양이가 제 발자국 소리를 듣고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짜장 놀라서 저도 모르게 어이쿠 소리가 나왔습니다. 놀란 마음도 아버지를 여읜 동무를 생각하니 얼른 가라앉았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고이 잠드시길 빕니다. 

 이 말과 비슷한 말에 '허적대다, 허적이다, 허적허적하다'가 있으며 작은 말은 '하작거리다'입니다.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이니 너무 허적거리지 말고 조심히 덜어 먹어라.(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차는 속력을 내지 못했다. 마치 눈 더미의 동굴 속을 파고들듯 허적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뚫고 나갔다.(신상웅, 히포크라테스의 흉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