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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집다

[뜻] 1)긁고 나서 팬 곳을 파다.
[보기월] 타고 남은 달집 불무덤을 헤집고 고구마를 묻어 놓으면 바로 익어 맛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제 아침은 여느 날과 달리 일찍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봄맞이를 갔다왔고, 여러 달만에 뒷뫼에도 갔다오고 해서 몸이 무거울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잠은 깼는데 밥솥이 말을 듣지 않아서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밥은 여느 때보다 좀 늦게 먹었습니다.
 
 한보름이라고 나물도 먹고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아이들하고 귀밝이술을 먹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나가기가 바빠서 못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더위를 팔지도 못 했네요.^^
 
 배곳에 가서는 하기로 마음 먹고 간 일들을 하나씩 했습니다. 여러 가지를 하긴 했지만 그리 눈에 띄게 남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하던 일을 끊고 멍하니 좀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슬기틀에 매여있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달집 태우기를 하는 마당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다들 저보다 바쁘니 그럴 수가 없어서 움직그림을 찍어서 보여 주려고 말입니다. 달집 앞에 걸린 내림막에 쓴 글과 앞풀이를 보면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월가소각'이라고 하지 않는 게 어디냐며 저를 달랬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달집이 타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것을 보면서, 둘레에 모인 사람들이 빌고 또 비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무엇을 빌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저는 온나라 사람들이 모두 다 함께 잘 살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렇게 되는 지름길이 토박이말을 살리는 길이기에 토박이말 살리는 일도 잘 되게 해 달라는 것도 빼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사그라진 달집 불을 움직그림으로 찍으면서 손이 시렸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불을 쬘까? 타고 남은 달집 불무덤을 헤집고 고구마를 묻어 놓으면 바로 익어 맛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 말은 2)이리저리 젖히거나 뒤적이다, 3)걸리는 것을 이러저리 물리치다는 뜻으로도 쓰며 다음과 같은 보기들이 있습니다.
 
 1)-명례댁이 부젓가락으로 화로의 숨은 불을 헤집어 방 안의 어둠을 조금 밀치며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김원일, 불의 제전)
 2)-거번 공출에는 제사에 쓰려고 감추어 놓은 쌀마저도 헤집어서 뒤져 가니...(최명희, 혼불)
 3)-놈들은 아무 거리낌도 없이 숲 속을 헤집으며 저벅저벅 올라오는 중이었다.(윤흥길, 완장)
 

4349. 2.23.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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