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지빠르다
[뜻] 만큼(정도)이 잣대(기준)에 넘고 처져서 어느 한쪽에도 맞지 않다.=엊빠르다, 엇되다.
[보기월] 그런데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니 은행에 가기에는 어지빨라 그냥 일을 봤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한 집에 사는 사람도 무슨 말을 해서 따르게 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꼼꼼하게 풀어서 다 말을 해 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이야기가 끝나버리곤 해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벌써 몸에 배어 버릇이 되었다며 해 오던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단단해지기 앞서 몸소 보여 주거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로 다가가지만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마냥 좋다는 말은 듣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올해는 제 귀가 많이 간지러울 것 같습니다.
첫 때째부터 여섯 때째까지 달아서 쉬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는 게 힘이 좀 든다는 느낌이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여느 아이들보다 재빨리 새로움에 익은 아이들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일이 늘었거든요. 마치고 겨를을 내서 은행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니 은행에 가기에는 어지빨라 그냥 다른 일을 봤습니다. 때를 맞추기가 그렇게 어렵습니다.^^
이 말의 준말은 '엊빠르다'이고 비슷한 말에 '엇되다'가 있으며 다음과 같은 보기들이 있습니다.
-퇴근까지 삼십 분이 남았지만 일을 새로 시갖하기엔 어지빠르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조선의 각반 예술이라더냐 영화라더냐 관심이네 연구네 하던 소리는 정녕 김종호의 어지빠른 고안일 테고...(채만식, 냉동어)
4350.3.15.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