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 맑음동두천 26.7℃
  • 맑음강릉 19.9℃
  • 맑음서울 27.5℃
  • 맑음대전 26.2℃
  • 맑음대구 22.7℃
  • 맑음울산 18.5℃
  • 구름조금광주 27.8℃
  • 맑음부산 20.9℃
  • 맑음고창 ℃
  • 구름많음제주 23.1℃
  • 구름조금강화 22.3℃
  • 맑음보은 21.9℃
  • 맑음금산 25.8℃
  • 맑음강진군 24.1℃
  • 구름많음경주시 20.6℃
  • 구름조금거제 20.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하늘을 우러르고 봄빛 난만한 거리를 걸어볼까?

[정운복의 아침시평] 2. 걸으며 생각하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의 두 번째 책 제목이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단순히 두뇌로 인식하는 것보다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붙여본 제목입니다.

경험은 생각보다 강한 것이니 말입니다.

 

자동차의 비약적인 증가와 탈것이 만연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걷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걷는 것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버스 두 정거장 정도 되는 짧은 거리임에도

자가용을 몰거나, 택시를 부르니 걷는 문화의 실종시대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걷기는 단순한 발걸음을 옮기는 행위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우리네 삶의 궤적이 존재하고, 배려와 존중도 함께 들어 있으니 말입니다.

옛날 우리 아버지 세대는 남녀가 같이 걷는 것을 데면데면 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삼사 미터 앞에 가고

여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그 간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 걷는 속도는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단지 사회적 체면 문화가 그런 문화를 창출한 것이지요.

그들이 따로 떨어져 걷는다고 해서 사랑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같은 공간에 함께 하는 배려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갑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걸음을 인내하지 못하여 끌다시피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걷는 것의 기본은 배려의 실천입니다.

남녀가 길을 걸을 때도 여성을 길의 바깥쪽으로 걷게 하는 것도 배려이지요.

 

걷기를 통한 느림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모습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길바닥 한편에 깨진 아스팔트 사이에서 자라나는 잡초들

이런 작고 보잘것없는 틈에서도 초록 생명은 자라나 왕성한 생명력을 보입니다.

이것은 걷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입니다.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는 건 발전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한번 걸은 걸음을 되돌릴 수 없기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참 좋은 계절입니다.

가끔은

하늘을 우러르고 봄빛 난만한 거리를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행복이 널려있지만 걷는 행위를 통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