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생명의 위대함은 찬양받아 마땅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암석투성이인 큰 바위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 경외감이 들기도 하지요. 조선시대 김시습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바위 위에 솟은 소나무, 푸른 잎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뿌리는 바위 깊숙이 박혀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굳은 의지의 상징입니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비, 바닷물에 맞서 살아가니까요. 검붉은 바위 색과 더불어 푸른 잎으로 주변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수월재(水月齋) 김현룡 선생님도 이런 시를 남기지요. 불긍동부토(不肯同腐土) 썩은 흙과 함께함을 즐기지 않아 찬암탁근심(鑽巖巖根深) 바위를 뚫고 뿌리 깊이 박았네. 직립간소간(直立干霄幹) 곧게 솟아 하늘을 찌르는 줄기 부근감상침(斧斤敢相侵) 도끼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네. 흙이나 수분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실로 생명의 경이로움, 신비로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의 눈은 앞을 향해 있습니다. 남을 보기에 쉽지만, 자신을 보기는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지요. 반사경이나 거울을 통하지 않고는 자신을 온전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린 나 보다 남을 먼저 바라보게 됩니다. 그 판단의 기준엔 항상 자기가 있지요. 문제는 남을 판단하기 좋아하면 자만심만 커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든다는 것입니다. 오염된 물로 채워진 컵은 바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물을 비워내고 깨끗이 씻어낸 후에야 컵을 다시 사용할 수 있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속에 들어있는 자신만의 견해를 비워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을 바르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러운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밝게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세상을 더럽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면 자기 안경을 닦아야 합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납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마음을 어떻게 가지고 사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누구나 세월을 살아냅니다. 하지만 같은 물을 먹고도 벌은 꿀을 만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춘천을 대표하는 문인 김유정의 본관은 청풍입니다. 10대조가 대동법 시행에 크게 공헌한 명재상 김육이고, 9대조는 명성황후의 아버지인 청풍부원군 김우명입니다. 집안도 춘천에서는 꽤 명망 있고 부유한 지주였지요. 그런데 형 유근이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여 가난에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병으로 인해 춘천으로 내려온 그는 들병이들과 어울리며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하지요. 김유정 대부분의 단편은 그 시절에 쓰입니다. 김유정은 박녹주라는 판소리 명창을 사랑했습니다. 이미 남편이 있었던 박녹주는 김유정을 받아 줄 수 없었지요. 요즘 스토커 수준으로 박녹주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편지와 혈서를 보내지만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유정은 삶을 다할 때까지도 박녹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29살로 요절했을 때 방안에는 '녹주, 너를 연모한다'라는 혈서가 벽에 붙어있었다고 하지요. ‘들병이’는 매춘부를 부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병을 들고 다니면서 잔술을 팔고, 뜻이 맞으면 매춘까지 이르는 비교적 천한 직업을 의미합니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삶이 팍팍했던 시절에는 자신의 의지와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 애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