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시인 이상화는 “빼앗을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했지만 철원은 6.25를 통하여 빼앗은 들인데…. 그 빼앗은 들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이 유난히 길고 매서운 곳, 그래서 그 땅에 찾아오는 봄은 그 어느 곳보다 절절하고 극적입니다. 한반도의 허리, 철원의 봄은 단순히 계절의 바뀜을 넘어선 생명의 승리와도 같습니다. 철원의 봄은 소리로부터 시작됩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탄강의 주상절리 사이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깨지는 파열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수만 년의 세월을 견딘 현무암 협곡 사이로 흐르는 옥빛 물줄기는, 겨우내 멈췄던 대지의 혈관이 다시 뛰기 시작했음을 알립니다. 차가운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마치 대지의 긴 안도의 한숨 같습니다. 철원의 봄은 색깔로 기억됩니다. 철원평야의 드넓은 벌판이 누런빛을 벗고 옅은 연둣빛으로 물들어 갈 때, 그 위를 수놓는 것은 이제 떠나갈 준비를 하는 두루미들의 우아한 날갯짓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비무장지대(DMZ) 안쪽에는 얼레지, 바람꽃, 얼음새꽃 같은 들꽃이 수줍게 고개를 내밉니다. 가장 치열했던 전쟁의 상처 위로 가장 부드러운 꽃잎이 돋아나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가시지 않은 삼월 말 서둘러 봄이 먼저 상륙하는 남해를 찾았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아직 동토의 끝자락이 남아 있는데 남해는 진달래, 개나리, 목련이 화사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등산로에 앙증맞게 피어난 변산바람꽃 몇 송이였습니다. 모두가 움츠러든 계절, 변산바람꽃은 두터운 낙엽을 들치고 고개를 내밉니다. 화려한 색채도, 거창한 몸짓도 없지만 그 정갈한 하얀 꽃잎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줍니다. "이제 곧 봄이 올 거야,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해주는 친구의 따뜻한 손길을 닮았으니까요. 가느다란 줄기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절대 꺾이지 않습니다. 차가운 얼음장을 뚫고 나오는 그 가냘픈 생명력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진정한 강함은 겉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간절한 의지에 있다고 말이죠. 우리 삶의 겨울이 길게 느껴질 때, 변산바람꽃은 조용히 응원을 건넵니다. 변산바람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피어나지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합니다. 둥글게 감싼 연녹색의 포엽, 그 위로 수줍게 앉은 하얀 꽃잎 보석처럼 박힌 보랏빛 수술…. 이토록 정성스러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십팔사략(十八史略, 원나라 증선지-曾先之가 펴낸 중국의 역사서)》에는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이야기, 곧 ‘관포지교(管鮑之交)’가 나옵니다. 관중과 포숙아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장사를 했습니다. 관중은 항상 이윤을 더 많이 가져갔고, 장사에도 종종 실패했습니다. 남들이 관중을 탐욕스럽거나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할 때, 포숙아는 결코 그를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관중이 이윤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이고, 장사에 실패하는 것은 때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의 단점이나 실수를 볼 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보고 쉽게 판단합니다. 그러나 포숙아는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상황과 본질적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진정한 관계는 비난과 단죄가 아닌, 이해와 통찰 위에서 꽃피울 수 있습니다. 포숙아의 이 무조건적인 믿음이 관중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勢)가 되어줍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주군을 섬기게 되면서 잠시 떨어져 지냅니다. 훗날 제나라의 군주가 된 제 환공(桓公)은 포숙아를 재상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포숙아는 단호히 거절하며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