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중국 남쪽 양쯔강 아래는 열대성 기후로 매우 무덥습니다. 그쪽에 오(吳)나라가 있었지요. 오우천월(吳牛喘月), 오나라의 소들은 태양을 보고 괴로워하며 헐떡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에 뜬 달을 보고도 태양으로 착각하고 헐떡이며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곧 한 번 겁을 먹으면 그 공포가 계속 남아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속담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으니 한 번 겪은 두려움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소한 일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감염병이 지구를 강타한 적이 있습니다. 메르스가 사스가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인간 세계를 위협했지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렀으니 질병의 전염을 막고자 사회적으로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 시절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그 사람이 훌륭하든 그렇지 않던 똑똑하든 그렇지 않든, 착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됩니다.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지요. 오나라 소들이 달을 태양으로 착각했듯이, 우리는 바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화창한 봄날, 배고픈 호랑이가 살았습니다. 산에 토끼도 없고, 짐승들이 많이 사라져 인가를 털기로 합니다. 마침, 허름한 마굿간이 있어 몰래 들어갔습니다. 한편, 먹고 살기 힘들었던 말 도둑도 그 마굿간에 숨어들었지요. 말 도둑은 그중 잘빠지고 매끈한 동물에 올라탑니다. 몰래 말을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는 등에 주인이 달라붙어 들켰다고 오해합니다. 다리야 날 살리라고 도망가기 시작했지요. 도둑은 떨어질세라 호랑이의 털을 움켜쥐었고 호랑이는 등에 탄 주인을 떼어내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날이 훤하게 밝아 자기가 타고 있는 것이 호랑이인 것을 알아차린 도둑은 아연실색합니다. 계속 갈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는 형국에 빠져버린 것이지요. 그런데 아침에 일하러 나왔던 농부가 그 모습을 봅니다. 농부는 부러움에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저놈을 팔자도 좋네, 아침부터 동물을 타고 꽃놀이를 하는구나." 원래 사람은 대부분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판단의 밑바닥에는 늘 주관이 들어있지요. 지나친 주관은 심각한 오류에 빠지기도 합니다. 우린 그럼 사람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다양한 관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열린 마음으로 연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의 유년 시절은 시골에 묻혀있습니다. 한겨울 고요한 침묵 속에 눈이 참으로 많이도 내렸습니다. 요란하게 내리는 비와는 달리 경건한 침묵 속에 소담스럽게 내린 눈….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이 닿지 않는 이곳에는,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의 모든 것을 덮어 고요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마을 전체가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지붕 위에도, 들판 위에도,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도 눈꽃이 피어났습니다. 새벽의 햇살이 눈밭에 닿으면, 눈가루가 보석처럼 반짝이며 눈부신 은세계가 펼쳐집니다. 길게 늘어진 산그림자가 하얀 들판 위에 푸른 빛을 드리우며 명암을 더합니다. 언뜻 보기에 모든 것이 잠든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삶의 작은 흔적들이 고요 속에 숨어 있습니다. 지붕 처마 밑에 길게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은 겨울이 새겨 놓은 정교한 조각품이고 이따금 낯선 이를 보고 짓는 견공들의 소리만이 마을의 존재를 세상에 알립니다. 시골집 굴뚝에는 새벽부터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로 곧게 솟아오릅니다. 그 연기는 이 추운 계절에도 집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가족의 삶을 이야기해 주는 듯합니다. 언 땅을 녹이고 언 몸을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