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짜개
[뜻] 콩이나 팥 따위를 둘로 쪼갠 것의 한쪽
[보기월] '짜개'라는 말을 알면 '콩짜개덩굴'을 안 봐도 어떻게 생겼을지 어림할 수 있습니다.
이틀 새 벚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집 둘레에 있는 것들이 핀 것을 보고 집 뒤를 보니 그곳 길에도 눈이 온 것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볼까 생각을 했었는데 몇 가지 일을 하다보니 날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몸소 가지 않아도 진해 벚꽃을 하늘 위에서 찍어 보여 주는 분이 있어 실컷 구경을 하긴 했습니다.
입 안이 헐어서 먹을 때도 이를 닦을 때도 아팠는데 한 끼 굶고 푹 잤더니 좀 나아진 듯합니다. 위는 거의 다 나았는데 아래는 아직도 마뜩잖습니다. 하지만 훨씬 덜하기는 합니다. 얼른 씻은 듯이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말을 꺼집어 내서 맛을 보라고 하니 맛도 모르겠고 어렵기만 하다는 말입니다. 숨김없이 하는 말씀이고 참으로 그렇기도 할 것입니다. 낱말 하나만 놓고 보면 몰라도 사는 데 어려움이 없는 말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이 쓸모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 오늘을 사는 것만 생각하면 몰라도 될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다른 말에 붙거나 다른 말과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모를 우리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좀 달라집니다. 새로운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빠르게 달라지는 삶이 새로운 말을 만들게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말을 넉넉하게 알고 있으면 그 말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우리말다운 말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짜개'라는 말을 알면 '콩짜개덩굴'을 안 봐도 어떻게 생겼을지 어림할 수 있습니다. 낱말을 넉넉하게 알면 삶도 그 만큼 넉넉해집니다. 저는 모르고 살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알고 살 수 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흐릿하게 살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맑고 밝고 뚜렷한 생각을 하며 살게 해 주고 싶습니다. ^^
4350. 4. 3.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