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비가 많이 왔다는 기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 ‘홍수’, ‘범람’, ‘침수’입니다.
‘홍수’는 ‘비가 많이 와서 크게 불은 물’을 뜻하는 말로 이 말과 같은 뜻을 가진 토박이말은 ‘큰물’, ‘한물’이 있습니다. ‘크게 불은 물’이니 ‘큰물’이라고 하면 알아듣기도 쉽습니다. ‘대전’이 ‘한밭’이라는 걸 아신다면 왜 ‘한물’이 같은 뜻인지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큰물이 나면 내에 물이 가득 차거나 넘치게 됩니다. 냇물이 넘치면 어려움을 겪게 되니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그걸 지켜보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 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알리는 사람들은 ‘범람’이라는 말을 씁니다. ‘넘쳤다’고 하면 쉬운데 ‘범람했다’고 합니다.
큰물이 넘치게 되면 논, 밭, 집이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때로는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나오고 살림살이를 다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알릴 때는 ‘침수’라는 말을 씁니다. ‘물에 잠겼다’고 하면 참 쉬운데 말입니다.
그 알림을 보거나 들을 사람을 생각한다면 어떤 말을 쓰는 것이 더 좋을 것인지는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뜻이 같은 쉬운 토박이말이 있는데도 쓰지 않고 굳이 그런 어려운 말을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이 글을 보신 분들은 ‘홍수’, ‘범람’, ‘침수’라는 말을 써야 할 때 ‘큰물 또는 한물’, ‘넘침’, ‘잠김’이라는 말을 쓰게 되리라 믿습니다.
4350해 더위달 스무엿새 삿날(2017년 7월 26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조금 고쳐 다시 싣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