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숫보기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숫보기
[뜻] 1)숫된 사람(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어수룩한 사람)
[보기월] 아침에 처음 봤을 때는 숫보기처럼 보였는데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아침부터 궂은 일이 있더니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있었던 일과 견줄 수도 없는 큰일이 뒤낮에도 있었거든요. 두 돌 토박이말 한마당 잔치를 열 마당에 수레(차)를 세워 놓고 멀리 일을 보러 간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앞생각(계획)했던 곳에 마루(무대)를 세울 수가 없다는 겁니다. 얼른 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단을 지어 달라고 했지만 배곳에서 하던 일이 끝이 나지 않아서 애를 태워야 했습니다.
서 있는 수레를 들어 옮길 수가 없기 때문에 마루를 다른 곳에 세우다 보니 놀배움 마당 자리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잔치가 열릴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아주 섭섭하고 언짢았습니다.
엿날(토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짐을 챙겨 옮기고 했지만 그리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이바지(봉사)하러 온 배움이 들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와서 머리가 아팠습니다. 적게 온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일을 나눠 주긴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더 머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맡은 일을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낮밥으로 나눠 준 김밥을 던지고 라면을 엎어 놓고 가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처음 봤을 때는 숫보기처럼 보였는데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 일 말고는 다른 일은 다 잘 풀렸습니다. 이야기 잔치에 나온 사람들이 좀 적어서 아쉬웠지만 노래 잔치는 아주 좋았습니다. 놀배움 마당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도 있고 덜 가는 곳이 있긴 했지만 골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뒤낮에 열린 말나눔 잔치에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모시기 어려운 분이라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들었으면 했는데 말이지요.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고 잔치는 그렇게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해에 더 나은 잔치를 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잔치를 잘 마치기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절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은 2)숫총각, 숫처녀를 뜻하기도 하며 다음과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1)-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그를 숫보기로만 생각하였더니 의외로 용감한 데가 있구나.(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속으로는 꿍꿍이셈을 칠지언정 자기의 속마음을 말로나 행동으로 상대자에게 표현할 기교를 가지지 못한 숫보기였다.(심훈, 영원의 미소)
2)-그는 여태껏 여자친구 한번 못 사귀어 본 숫보기이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4350해 열달 서른날 한날(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