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경부고속전철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2003년 10월에 흥미로운 소송이 시작되었다. ‘도롱뇽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천성산의 ‘내원사와 미타암’이 원고가 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피고로 하여 경남 양산의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시키라는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원고 측은 13.3km의 터널 공사로 인하여 천성산 일대의 보호대상 동식물이 위협받고 있으므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조사를 다시 해보자고 주장하였다. 이 소송은 원고 중에 내원사에서 수행하던 지율 스님 외에 천성산에 사는 동식물을 대표하여 도롱뇽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람이 아닌 도룡뇽이 원고 자격이 있을까?
1심 법원은 원고 적격 심사에서 “도롱뇽은 현행법의 해석상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도롱뇽 부분을 각하하였다.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는 “천성산의 자연환경 파괴와 터널의 안정성 등을 문제 삼는 것은 현행법 체계에서 인정되는 사법적 구제를 초과하는 것”이고 “터널공사로 인해 내원사와 미타암의 토지소유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여 원고들은 패소하였다. 원고는 항고하였으나 2006년 6월에 대법원의 최종판결에서도 패소하였다.
소송의 전후에 지율스님은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하여 4번이나 단식투쟁을 펼쳤다. 특히 4번째의 단식은 청와대 앞에서 무려 100일간이나 계속되어 온 국민에게 알려졌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문재인 민정수석은 단식 현장에 나와서 지율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장면은 TV와 신문에서 생생히 보도되었는데, 민정수석이 스님에게 무릎을 꿇어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다.
천성산 소송으로 지율스님과 함께 도롱뇽도 유명해졌다. 이 도롱뇽은 꼬리가 치렁치렁 길다고 해서 꼬리치레도롱뇽이라고 부르는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동북부와 시베리아에만 서식하는 양서류이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와 경상도 내륙의 개발되지 않은 산악지대에 서식하는데,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1994년 자연환경보전법 1차 개정 당시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하여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였으나 1997년 재개정 때 뚜렷한 이유없이 제외되었다.
도롱뇽 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쟁점은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지하수에 영향을 미쳐서 도롱뇽의 서식지인 늪의 물이 영향을 받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고속철청도공단의 의뢰로 대한지질공학회에서 2002년 5월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천성산 일대 산림과 습지 생태조사를 하였다. 대한지질공학회는 2003년 12월 23일 양산시청에서 주민공청회를 열고 “터널공사는 천성산 자연 변화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대한지질공학회는 “터널굴착으로 인해 암반지하수의 수위는 일시적으로 저하되겠지만 강우로 유출량을 충족시켜 안정 상태로 회복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늪지 고갈 문제에 대해서는 “암반지하수와 늪지 보전은 관계가 없으므로 터널공사에 따른 늪지의 수원 고갈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환경단체는 “이번 공청회는 고속철도공단이 의뢰한 조사인 만큼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다른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현재 진행중인 도룡뇽 소송을 통해서도 밝혀낼 것이다.”라고 반박하였다.
지율스님은 네 차례의 단식을 통하여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2005년에 환경영향 공동조사단의 구성을 이끌어내었다. 소송의 양측에서 추천한 14명으로 환경영향 공동조사단이 구성되었고, 2005년 8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3달 일정으로 공동조사를 했다. 조사는 구조지질, 지하수, 생태계, 암반공학, 지구물리탐사 등 5개 분야에 걸쳐 천성산 일대 11개 지점을 굴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06년 2월 28일 공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조사에 참여한 위원들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철도시설공단 측에서 추천한 위원들은 터널 공사로 천성산 구간의 습지나 지하수, 생태계에 특별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분적인 우려 사항은 추가 검토를 거쳐 적절하게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천성산 대책위원회에서 추천한 위원들은 터널공사로 지하수가 유출됐고 고층습지와 지하수의 연결 가능성이 확인됐다면서, 공사를 계속하면 습지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조사결과 보고서는 양측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 대법원에 제출되었고 대법원에서는 2006년 6월 터널 공사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었다. 천성산 늪에 사는 도롱뇽은 경부고속전철 개통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사라졌는가? 지율스님의 우려와는 달리 천성산에서 도롱뇽은 아직도 건재하다.
필자의 전공이 수질관리이기 때문에 이 쟁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지에 있는 늪은 지하수와 연결되어 지하수에서 물이 공급된다. 그러나 천성산의 고층에 있는 화엄늪과 무제치늪은 조성이 독특하다. 이들 늪의 바닥은 오랜 동안 유기물이 퇴적되어 이탄층(泥炭層, 습지나 늪에 살던 식물들이 다소 썩어서 쌓임으로써 이루어진 토층)이 형성되어 물이 통과하지 못한다.
천성산의 습지는 비가 올 때에 흘러든 지표수가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고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가뭄이 들면 지표수가 흘러들지 못하므로 수위가 낮아지고 비가 오면 지표수가 흘러들어 물이 보충된다. 지하수층은 늪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므로 늪에 물을 공급할 수가 없다. 대한지질공학회에서는 천성산 늪의 특수성 때문에 “터널 공사에 따른 늪지의 수원 고갈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도롱뇽 소송의 원고들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의 모임인 지질공학회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떠한 논의도 진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율스님과 환경단체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도롱뇽 소송은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충돌하는 사례에 대해서 매우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율스님을 비롯한 환경단체에서는 도롱뇽이라는 생물종의 보전을 위해서는 개발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환경의 가치보다는 개발에 따르는 편리와 이익에 보다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 가지 가정을 해 보자. 만일 꼬리치레도롱뇽이 오직 천성산에서만 살고, 터널공사를 진행하면 틀림없이 멸종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대다수의 국민은 터널 공사를 중단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경부고속전철의 노선을 천성산을 우회하도록 변경한다면 서울-부산 간 전철 운행 시간은 22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당시 전 국민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했다면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22분 지연을 받아들이겠다는 사람은 소수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도롱뇽을 구하자는 지율스님의 호소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였다. 도롱뇽 소송 사건 이후 일반 국민의 환경단체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게 바뀌고 환경단체의 후원금이 많이 줄어들었다. 도롱뇽 소송은 우리나라 환경운동 단체에게 매우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