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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온전하다'와 비슷한말이 뭐였더라?

[토박이말 되익힘](23)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제 밤부터 아이들과 함께할 해보기 갖춤(실험 준비)을 하느라 마음을 썼습니다. 달걀을 삶아 놓고 잠을 잤으며 아침에 일어나 깠습니다. 콩묵(두부)도 한 모 챙겨 집을 나섰지요. 배곳 할 일(학교 일과)를 챙겨 보내고 해보기방(실험실)로 가서 나머지 있어야 할 것들을 챙겼습니다.

 

여느 때에는 아이들이 좀 일찍 와서 도왔는데 혼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안 불렀더니 좀 아쉬웠습니다. 이런 것을 미리 갖추어 주는 분이 있는 배곳도 있는데 이런 날은 우리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땀을 살짝 흘릴 만큼 바빴지만 아이들이 “와~”하는 소리를 들으며 서둘러 챙긴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얼숲(페이스북)을 보니 어느 곳에서 ‘하우스 어텐던트’를 모으고 있다는 알림글을 올려놓았더군요. 보자마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공연 안내원’ 또는 ‘공연 안내자’라고 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바꿔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사람들 주눅 들게 왜 이런 말을 그위일터(공공기관)에서 앞장서서 쓰는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내자’라는 말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우리말 도로 찾기’에서도 일본식 한자말이라고 ‘길잡이’로 바꿔 쓰자고 했던 말입니다. 나라를 되찾은 지 일흔 네 해가 지나도록 ‘공연 길잡이’라고 하지 못한 것도 가슴 아픈데 ‘하우스 어텐던트’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못에 일부러 황소개구리를 갖다 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렇게 못 하지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둘레(환경)를 챙기는 마음만큼 우리말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레 맛보여 드렸던 토박이말을 다시 익히는 날입니다. 날마다 낯선 새로운 말을 맛보여 드리지만 맛있다는 분이 많지 않은 게 참일입니다. 처음 보는 말이라 그런데 앞으로 자주 보면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이렇게 다시 익히는 것도 그리 재미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토박이말을 우리들 곁으로 데려 오고 싶은 제 마음이라 여기고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352해 들겨울달 스무아흐레 닷날(2019년 11월 29일 금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