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시인]
통 발*
- 김상아
음악보다 술이 좋은지
슬프거나 힘들 때면
나는 술을 먼저 찾는다
글쓰기보다 글 자랑이 좋은지
책 내는데 정신이 팔려
몇 달째 글 한 줄 안 쓰고 있다
대나무는 잎은 흔들려도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강해서가 아니라 지조 때문이다
나는 어쩌다 통발 풀이되어
물 위를 떠돌았을까
달그림자를 보고도 짖어대는 개가 되어
구린내 나는 곳을 쏘다녔을까
제발 본모습 좀 지키라는
마누라 바가지에
다시 붓을 세운다
* 통발 - 부유성 수생식물. 뿌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