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이게 아닌데 꽃구경은 실컷 할 것 같았습니다 밭 갈고 봐야지 씨감자 놓고 허리 펴야지 하다가 꽃 지며 봄이 갑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별구경은 밤마다 할 줄 알았습니다 이골만 매고 마쳐야지 저것만 치우면 끝내야지 하다가 별은커녕 목 한번 못 젖혔어도 은하수는 흘러만 갑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천렵(川獵) 한번 못한 채 여름이 왔다 가고 단풍 산길 한번 못 걸었는데 어느새 낙엽 지고 겨울 옵니다 눈 푹 빠지면 책에 덮이고 글줄깨나 써보려 했건만 나무하고 돌담 쌓는 사이 눈 녹으며 푸성귀 돋습니다 이게 아닌데헤 이게 아닌데헤 그렇다지요 농군의 일은 밥숟갈 놓아야만 끝난다지요 그렇더라지요 시골살이가 맘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 갈 즈음 반철학자(半哲學者)가 되어 있더라지요 에헤헤헤 으야야야 이게 아닌데헤이 이게 아닌데 어허! 장선생 그러다 피 게우겠소 * 이 시는 장사익의 <이게 아닌데> 노래를 듣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쓴 시다. ‘국민 소리꾼’ 장사익은 194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광천중, 선린상고, 명지대를 나왔다. 고교 졸업 직후부터 태평소를 비롯한 피리 종류의 악기는 거의 다 섭렵했고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동작골의 봄 - 김상아 노래를 불러주세요 꽃다지 광대나물 샐쭉대는 밭두렁에서 그거면 돼요 밭은 내가 갈게요 기타도 퉁겨주세요 호박씨 손톱으로 그 박자 따라 쇠똥거름 곰배질*은 내가 할게요 낮은 하늘 홍매화 가지 위 종다리 날고 조릿대 숲 마른 댓잎 왕지네 기어가는 영상을 시로 적어주세요 꿀벌들 털 다리에 시간은 묻어가고 남녘 바람 비질로 자투리 햇살마저 골 안에 쓸어 넣고 문 닫아버리면 달그림자 팔베개에 뉘이고 꼬깃꼬깃 주머니 속 그 시를 읽어주세요 저 깊은 뱃속에서 들려오는 씨앗 트는 소리 들으며 꿈결인 듯 잠들래요 멍머구리*도 짝짓는 밤 동작골에서 * 곰배질 : ‘고무래질’의 사투리 ‘고무래’는 곡식을 그러모으거나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는 데 쓰는 ‘丁’자 모양의 기구 *멍머구리 - 참개구리의 사투리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피 붙 이 - 김상아 서녘 하늘이 아련히 물 들면 아내의 손을 잡습니다 먼 곳에 아내 모르는 깊은 그리움 하나 있습니다 새소리가 처연히 들려오면 아내와 산길을 걷습니다 내겐 들꽃 씨 같은 여문 그리움이 있습니다 콧등이 시려와 아내를 꼬옥 안습니다 가여운 내 업 하나가 찬 바람에 나뒹굽니다 아내가 알지도 모릅니다 내 핏줄 속으로 애달픈 그리움이 흐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