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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十)이나 천(千)이나 그게 그거?

[정운복의 아침시평 6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해충은 ‘대충’이라고 합니다.

중국에 유명한 소설 《차부뚜어(差不多)》가 있습니다.

그 뜻은 "뭐 별 차이 없어", "대충 그렇지 뭐"입니다.

 

차부뚜어는 은행원이었는데 종종 십(十)을 천(千)으로 쓰고,

또 천을 십으로 쓰곤 했습니다.

화가 난 지배인이 나무라자

"천이나 십이나 한 획 차이인데 별 차이 없잖아요?"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요.

이렇게 대충 살던 차부뚜어가 병이 납니다.

급히 왕(汪)이라는 의원을 방문했는데 찾지를 못하자

비슷한 이름인 왕(王) 씨 수의사에게 진찰을 받았고 결국 죽게 되었습니다.

그는 죽는 순간에도 "사는 거나 죽는 거나 별 차이가 없지..."하며

숨을 거두었다고 하지요.

 

 

일을 어물어물 요령만 피워 두루뭉술하게 해치우려는 태도나 생각을 적당주의라고 합니다.

적당(適當)은 '정도에 들어맞다.', '딱 알맞다.'라는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말인데

뒤에 '주의'(主義)가 붙으면 부정적인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완벽주의도 문제이지만 적당주의가 가져온 폐해는 참으로 큽니다.

 

95년 6월 서울에서 명품매장으로 유명한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붕괴 됩니다.

인명피해가 508명이고 물적 피해도 820억에 달하는 대형 재해였지요.

잘나가던 백화점이 무너진 이유엔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돈을 아끼려는 부실 공사와 감독자의 대충 대충 감리한 결과가 놓여 있습니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고 했습니다.

느린듯하지만 뚜벅뚜벅 걷는 소의 걸음이 만 리를 갑니다.

그 과정에서 꼼수는 존재하지 않지요.

그러니 최고의 결과는 최고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빠름을 추구하는 요즘이지만

적당히 하고 빠름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좀 느리더라도 여유 속에서 차분하게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줍니다.

살면서 뒤를 돌아보아야 하는 큰 까닭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