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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에서 환하게 웃는 얼음새꽃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4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음새꽃

 

                                           -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입춘(立春, 2월 3일)을 열흘 앞둔 지난 1월 23일 홍릉시험림 안에 얼음새꽃이 황금빛 꽃잎을 피웠다고 알렸다. 아직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지만, 얼음새꽃은 봄이 왔다고 그 작고 앙증맞은 몸짓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고 있다. 얼음새꽃은 개화 이전 하루평균기온의 합이 일정량 이상 누적될 때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지난 주 목요일부터 이어진 포근한 날씨에 지난 주말 동안 서울지역 최고기온이 14℃ 가까이 올라가면서 낙엽 아래 숨어 있던 꽃봉오리들이 활짝 핀 것으로 보인다.

 

매화보다도 더 일찍 눈을 뚫고 꽃소식을 전하는 얼음새꽃은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데 키는 보통 10~30cm이다.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둥그렇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하여 눈색이꽃이라고도 하며, 설날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 하여 설련화(雪蓮花), 꽃이 황금잔처럼 생겼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하며 눈송이꽃이라고도 불리는 등 이름도 참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동안은 복수초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꽃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꽃이 복수를 하나?”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복수’는 원한을 갚는 복수(復讐)가 아니라 복수(福壽) 곧 복과 목숨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따라 부른 것이다. 그래서 이제 ‘복수초’ 대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얼음새꽃’으로 부르는 이들이 늘어난다.

 

곽효환 시인은 그의 시 <얼음새꽃>에서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 들꽃, 들꽃들 /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 아니 너다”라고 노래한다. 입춘도 되기 전 활짝 핀 얼음새꽃. 코로나19로 꽁꽁 언 우리의 삶 속에 얼음새꽃은 그렇게 한하게 등장했다. 아직 산에는 얼음이 녹지 않았지만 얼음새꽃은 우리에게 힘차게 고동치는 봄소식을 들려주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의 삶 속에도 환하게 웃는 네가 피어나리라.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