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잡서」 오십수(雜書 五十首) - 신위(申緯) 士本四民之一也(사본사민지일야) 사(士)도 본래 사민 가운데 하나일 뿐 初非貴賤相懸者(초비귀천상현자) 처음부터 귀천이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네 眼無丁字有虗名(안무정자유허명)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 있어 眞賈農工役於假(진가농공역어가) 참된 농공상(農工商)이 가짜에게 부림을 받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지난 9월 달오름극장에서 음악극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을 초연했다. 조선시대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한 창작극으로 노비의 딸, 말을 못 하는 소년, 이름 없는 개의 시선을 통해 차별과 불평등이 일상이던 시대를 그린다. 그렇게 극 속에서 그들은 극복해야 할 신분차별의 벽을 얘기한다. 작품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또 다른 차별 문제를 환기했다. 19세기 전반에 시(詩)ㆍ서(書)ㆍ화(畵)의 3절(三絶)로 유명했던 문인 신위(申緯)는 여기 한시 ‘잡서 오십수’ 가운데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 있어(眼無丁字有虗名眞) 참된 농공상(農工商)이 가짜에게 부림을 받네(賈農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초겨울의 서정 - 구상 초설(初雪) 첫눈을 맞을 양이면 행복한 이에겐 행복이 내려지고 불행한 사람에게 시름이 안겨진다. 보얗게 드리운 밤하늘을 헤치고 가노라면 등불의 거리는 고성소처럼 그윽한데 멀리 어디선가 기항지(地) 없는 뱃고동 같은 게 쉰 소리로 울려온다. 우리 겨레는 24절기에 맞춰 믿고 싶은 염원이 있고, 그것을 기다리면서 살아왔다. 입춘 날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믿고 실천해 왔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따위를 실천하는 미풍양속이다. 그런가 하면 삼월 삼짇날 “제비맞이”라는 풍속도 있는데 봄에 제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제비에게 절을 세 번 하고 왼손으로 옷고름을 풀었다가 다시 여미면 여름에 더위가 들지 않는다고 믿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서 “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 첫눈은 내린다”라고 속삭인다. 우리 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반보기 - - 이명수 손님이 멀리서 찾아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 제주공항에서 수월헌(水月軒)의 중간은 애월(涯月), 자구내 포구에서 한림, 월령코지, 명월 지나 애월 곽지모물까지 낮달과 함께 네 개의 바다를 건너간다 한가위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역시 우리 겨레의 큰 명절답게 이때 즐겼던 시절놀이(세시풍속)은 참으로 많다. 우선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강강술래'가 있다. 또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 '원놀이', 잘 익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손하는 풍습 올게심니(올벼심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베어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위(神位)에 올리는 ‘풋바심’,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기는 풍속 '밭고랑 기기'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반보기‘ 곧 중로상봉(中路相逢)도 있는데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으로 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