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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소리로 다가온다.

꽃말이 '포근한 사랑'인 버들강아지의 노래
[정운복의 아침시평 7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의 유년 시절에는 변변한 장난감이 없었습니다.

그저 산과 들에서 구한 재료로 장난감이나 놀이도구를 만들어 썼지요.

겨우내 얼음판에서 지내던 시절 봄은 색다른 추억으로 다가왔습니다.

 

봄은 소리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풋풋함으로 개울물이 불어나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 소리로 우리 곁에 다가오기도 하고

길어진 햇살만큼이나 뒷동산에 짝을 찾는 비둘기 울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이제 막 부화한 노란 병아리의 삐악거림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개울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버들강아지도 겨울 눈 고깔을 벗고

고운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빨간색으로 탱탱하게 물오른 버들가지를 꺾어 상처가 나지 않도록 비틀어

대궁을 쏙 빼면 거짓말같이 나무와 껍질이 분리됩니다.

양 끝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한쪽에 칼로 살짝 깎아내고 불면

봄을 재촉하는 멋진 버들피리 소리가 나곤 했습니다.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는 봄에만 즐길 수 있는 향연이었는데

버들강아지의 꽃말이 '포근한 사랑'이라고 하니

어쩌면 풋풋한 봄에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풀피리, 파피리, 보리피리 등등 소리 낼 수 있는 것이면

종류를 가리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놀이 문화에서 자연이 실종되었음을 느낍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필두로 한 놀이 문화로 변질되었기 때문이지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살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일진대

존재 그 자체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인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했습니다.

 

굳이 루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린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