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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세계 으뜸 여행기 《열하일기(熱河日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6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오늘에야 알았다. 인생이란 본시 어디에도 의탁할 곳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도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 이렇게 외쳤다.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 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호곡장(好哭場)]” 이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요동벌판 하늘과 땅 사이에 뚝 트인 경계를 보고 외친 말입니다.

 

연암은 청나라 고종의 칠순연에 사신단으로 가는 팔촌형 박명원을 따라 지금으로부터 241년 전인 1780년(정조 4) 6월 24일 압록강 국경을 건너는 데서 시작해 요동, 산해관(만리장성의 동쪽 관문)을 거쳐 연경(지금의 베이징)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인 열하에 이르는 6달 동안의 여정 속에 열하(熱河)의 문인들, 연경(燕京)의 명사들과 사귀며 그곳 문물제도를 보고 배운 것을 《열하일기(熱河日記)》라는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런데 《열하일기》를 현대어로 뒤쳐서(번역) 책을 펴낸이들은 한결같이 '세계 으뜸 여행기'라는 훈장을 달아주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행하는 동안 연암은 늘 새벽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일행보다 먼저 떠나 더 많은 견문을 시도하며, 말도 통하지 않은 청나라 사람들을 향해 수없이 필담을 던지고, 밤새 만남을 펼쳤던 그는 없는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그 공간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교통편이 편한 세상도 아니고 목숨을 건 고행길 6달 동안의 여행에서 진기한 것들을 단순히 보고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하나를 더 보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다양한 사람을 사귀면서 더 많은 것을 깨우치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끊임없이 붓을 들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