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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입추, 가을을 품다

[한국문화 재발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고려사》 권84 「지(志)」38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여서 이날 날씨를 보고 점친다. 입추에 하늘이 맑으면 만곡(萬穀)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다. 또한 천둥이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있으면 다음 해 봄에 소와 염소가 죽는다고 점쳤다.

 

다만, 가을이 들어서는 때라는 입추가 왔어도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더위는 아직 그대로인데 입추가 지난 뒤의 더위를 남은 더위란 뜻의 잔서(殘暑)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에도 더위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이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것 같은 역할을 한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조선시대에는 이때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는데 성문제(城門祭) 또는 천상제(川上祭)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게 한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된다.

 

비를 섭섭하게 하는 모든 행위는 금지된다. 심지어 성교까지도 비를 섭섭하게 한다 해서 기청제 지내는 전날 밤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다. 그리고 양방(陽方)인 남문(南門)을 열고 음방(陰方)인 북문은 닫는다.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절대 금한다. 제사를 지내는 곳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어야 했다.

 

 

입추가 지난 뒤에는 가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이때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에 대비한다. 이 무렵에는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인 5월의 “발등에 오줌 싼다.”, 가을걷이에 눈코 뜰 새 없는 10월의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라는 표현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참고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입추(立錐)는 입추(立秋)와는 관계가 없다. 이 입추는 ‘송곳(錐)을 세울(立) 만한 여유가 없다.’라 하여 아주 좁고, 여유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지만 아직 낮에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밤새 열대야에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입추는 가을을 잉태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북녘 하늘 저편에서는 가을 하늘이 이미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