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동 - 이덕규 곡식 한 톨이라도 축내면 그만큼 사람이 굶는다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빈손으로 떠난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절기 입동(立冬)으로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섭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나이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우유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제 임금이 아니어도 우유를 맘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처지일 것입니다.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는데 이는 입동 등에 나이 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데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지요. 입동 무렵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데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고는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 농사일에 경험이 많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윗글은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무렵을 아름답게 표현한 내용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절기 ‘상강(霜降)으로 말처럼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벌써 하루해의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습니다. 9월 하순까지도 언제 더위가 가시냐고 아우성쳤지만, 어느덧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노랗고 붉은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겨울을 재촉합니다. 이때는 추수도 마무리되고 겨울 채비에 들어가야 하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문 선사는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박쥐는 짐승 가운데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인데 박쥐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쥐는 짐승과 새가 싸울 때 짐승이 우세하자 새끼를 낳는 점을 들어 짐승 편에 들었다가, 다시 새가 우세하자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새의 편에 들었다는 우화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박쥐는 변덕이 심한 동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쥐는 예부터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활용품 속에 그 모양을 그려 넣거나 공예품, 가구 장식, 건축 장식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또한 박쥐를 길상(吉祥)무늬로 여겨 베갯모에 수놓았을 때는 다산을 뜻하였고 아들을 점지해 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박쥐의 강한 번식력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자문화권에서는 모두 길한 동물로 여겼는데 특히 중국에서는 복(福) 자를 크게 써서 박쥐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걸어두면 복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는 박쥐를 뜻하는 한자 편복(蝙蝠) 속에 들어 있는 복(蝠) 자를 복(福)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박쥐를 하늘의 쥐를 뜻하는 천서(天鼠)라고 부르거나 신선한 쥐라고 해서 선서(仙鼠)라고도 불렀습니다. 박쥐는 주로 밤에 움직이므로 우리말로는 밤쥐를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