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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추분, 중용과 겸손을 생각하는 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중 추분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입니다. 이날을 기준으로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가을도 그만큼 깊어가지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추분의 의미는 이것이 다일까요? 아닙니다.

조선왕조실록 <철종 10년 (1859)> 기록에 보면 “(임금께서) ‘성문의 자물쇠를 여는 데 대해 의견을 모으라고 하시면서 종 치는 시각은 예부터 전해오는 관례에 따라 정하여 행하라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추분 뒤에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 세 번 치던 일)하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이 기록처럼 추분날 종 치는 일조차 중도의 균형감각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도 덜도 치우침이 없는 날이 추분인 것으로 이는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곳에 덕(德)이 있다는 뜻이며 이를 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추분엔 향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는데 그 냄새를 한자말로 향(香)이라고 합니다. 벼 화(禾) 자와 날 일(日) 자가 합해진 글자이지요. 한여름 뜨거운 해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벼는 그 안에 진한 향기를 잉태합니다. 이처럼 사람도 내면에 치열한 내공을 쌓아갈 때 진한 향기가 진동하겠지요.

 


또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이렇게 추분은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