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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관악영산회상은 대나무 악기로 구성된 '대(竹)풍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4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 교수] 지난주에는 <현악(絃樂)영산회상>이야기를 하였다. 거문고, 가야금, 양금이 중심을 이루며 아명(雅名)은 <중광지곡(重光之曲>이고, 이를 민간 음악계에서는 줄(絃)악기 중심이란 뜻에서 <줄풍류>로 부른다는 점, 영산회상과 줄풍류는 가락이나, 장단, 표현법 등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 영산회상은 원래 상령산이었다는 점,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중령산 이하의 9곡의 모음곡으로 확대 발전되어 왔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현악영산회상이 되었든, 민간의 줄풍류가 되었든 영산회상은 전문가 뿐 아니라, 글공부하는 선비나 고관대작, 지체가 높은 양반들이 교양과 취미로 즐겨 왔던 음악이다. 이번주에는 현악영산회상과 대비를 이루는 <관악영산회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관악이란 관악기(管樂器), 곧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의 합주를 뜻한다. 원래 <관(管)>이란 대나무와 같이 속이 비어 있으면서 동그란 형태여서 이것을 입으로 불어 소리내는 악기의 총칭이란 의미이다. 대표적인 악기들로는 대금이나 피리, 소금, 단소, 퉁소와 같은 악기들인데, 관악영산회상은 ‘관악기들이 연주하는 영산회상’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아명은‘표정만방지곡(表正萬方之曲)’ 또는 줄여서 ‘표정만방’으로도 부르고, <삼현 영산회상>이라는 별칭도 있다.

 

 

민간 음악인들은 이 음악을 <대풍류>로 통칭하고 있는데, <현악영산회상>을 현악기 위주의 <줄풍류>로 부르는 것처럼, 대풍류는 대(竹)나무 악기들로 구성된 합주라는 뜻이다. 관악영산회상의 구성곡은 8곡이다. 현악영산회상의 제6곡 <하현도드리>가 빠져 있어 차이를 보인다. 이 곡은 원래 삼현육각(三絃六角)의 편성으로 연주되어 오던 음악이다. 삼현육각이란 피리 2인, 대금 1인, 해금 1인, 북과 장고가 각각 1인이어서 모두 6명의 악사가 연주하던 편성이었으나, 근래에는 아쟁이나 소금을 첨가하기도 하고, 또는 연주자 수를 확대시켜 연주하기도 한다.

 

관악영산회상은 순수 감상용 음악으로도 널리 연주되어 왔지만, 또 한편으로는 궁중무용의 반주 음악으로도 널리 쓰여 왔다. 특히, <관악영산회상>의 제5곡 삼현도드리 이하를 변주시켜 계주하는 <함령지곡(咸寧之曲)>이나, 상령산을 변주시킨 <향당교주(鄕唐交奏)>와 같은 곡들은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곡이다. 불규칙 박자로 구성된 상령산과 같은 음악을 춤 반주음악으로 사용했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겠지만, 박자는 일정치 않으나 장단의 진행이 쌍(雙)-편(鞭)-고(鼓)-요(搖)의 규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반주음악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상령산 장단에 관한 이해가 더더욱 필요하리라 믿는다. 현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이나 중령산은 한 장단이 20박이고, 그 진행은 6박+4박+4박+6박으로 구분되며 각각 쌍(雙)-편(鞭)-고(鼓)-요(搖)의 장고점을 갖는다. 쌍이란 장고의 채편과 북편을 동시에 치는 주법이고, 채편은 오른 손의 채로 치는 주법이며 북편은 왼손의 손바닥으로 치는 주법이다. 그리고 요는 채를 굴려주어 더러러러 소리가 나도록 치는 주법이다. 그러므로 현악영산회상이나 평조회상은 첫 박을 雙으로 시작하여 6박을 진행하고, 이어서 鞭 4박, 鼓 4박, 그리고 나머지 채굴림으로 진행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장고점이 나오는 제1박, 제7박, 제11박, 제15박 자리가 중요한 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 음악도 雙-鞭-鼓-搖로 진행하는 점에서는 현악영산회상과 같으나, 그 박자가 일정치 않아서, 즉 불규칙적으로 연주되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관악영산회상 상령산 첫박에 나오는 장고점 雙은 채편과 북편을 동시에 치는 합장단의 주법이 아니라, 鞭을 먼저 치고 이어서 鼓를 치는 갈라치기 주법의 雙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구음(口音)으로 표현한다면, <기덕 - 쿵>이다. 뿐만 아니라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은 그 시작하는 형태도 특이해서 흥미를 끈다. 즉 모든 악기들이 동시에 시작하지 않고, 雙-鞭까지 북과 장고가 연주한 뒤, 피리가 鞭-鼓까지 연주하고, 그 뒤를 이어 搖부터 장단의 끝까지는 대금을 위시하여, 해금, 아쟁, 소금, 등 나머지 악기군이 일제히 합주로 들어가는 특이한 시작형을 지니고 있는 곡이다.

 

이 음악은 연음(連音)형식으로 진행된다. 음을 이어간다는 의미인데, 매 장단의 시작 부분을 피리가 제시하고 함께 나가다가 장단 끝 부분에서 피리는 쉬고, 이후의 가락은 피리를 제외한 여타의 악기들이 다음 장단의 시작 전까지 이어가는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음색에 대한 변화도 가져 오기도 하고, 피리 연주자들을 잠시라도 쉬게 해 주기 때문에 오랜 시간 연주해도 지치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은 <현악영산회상>과 달리, 장고점간의 박자가 일정치 않고, 불규칙 리듬으로 진행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쓰여 왔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