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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장, 민족주체성 없는 공직자인가?

[편집국에서] 부산시,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하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지난 8월 9일 파이낸셜뉴스에는 “부산시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한 공교육 혁신 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기사 내용을 보면 “부산시가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인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해 영어 공교육 혁신 등 세부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다. 부산시는 9일 오전 ‘제2차 부산미래혁신회의’를 열고 글로벌 영어 상용도시의 추진전략에 대해 다양한 민관 전문가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 학계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등 20여 명이 참여해 세계적 수준의 영어교육 환경 및 영어 소통 환경 조성방안을 논의하고 글로벌 영어상용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4대 전략으로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을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한글학회ㆍ세종대왕기념사업회ㆍ외솔회ㆍ한글문화연대 등 73개 단체가 참여)은 성명서를 내고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라고 부산시에 요구했다.

 

박형준 시장, 부산에선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영어친화환경 조성할 것

 

사실 부산광역시 민선8기 박형준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시절에 주요 정책 중의 하나로 ‘영어상용도시’ 추진을 발표했다. 선거 운동 당시 박형준 후보는 부산에서 자라면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영어친화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영어상용도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요건 중의 하나로 외국 경제인들과 관광객들이 영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 편리한 외국인 정주환경 조건을 주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민간과 공공기관의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영어마을 같은 교육 기관을 추가로 세우거나 유치하고 어린이복합문화공간에서도 시설 내에 영어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 것이다.

 

2030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에 대처하고 세계 주축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추진한다지만, 이 정책은 자칫 대한민국 전체의 언어 사용 환경을 어지럽히고 공공기관의 영어 남용을 부채질할 위험을 안고 있다.

 

국어기본법을 헌신짝처럼 짓밟는 영어마을 조성

 

지난 2005년 1월 27일 국어의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 보면 “공공기관등은 공문서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해 놓았다. 이 ‘국어기본법’의 제정에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이 국어기본법에는 큰 맹점이 하나 있었다. 이 법을 어기는 것에 관한 제재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공공기관은 이후로 이 법 제10조 1항에 “공공기관 등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또는 직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것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공공기관이 만든 홍보물을 영어와 한자말이 들어간 국적 불명의 내용으로 만드는 예가 자주 눈에 띄었다. 국어기본법을 어겨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영어마을을 만들려고 혈안이 돼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는 물론, 인천광역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대구경북 등의 광역자치단체와 경기도 이천시, 안산시, 경상남도 창녕시, 강원도 인제군, 경상북도 안동시 등 기초자치단체 등이 앞다투어 영어마을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런 영어마을들이 적자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음에는 아예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오렌지’가 아니라 ‘오린쥐’라는 말을 해 큰 논란을 빚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식자층이란 사람들은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영어를 잘해야만 유능한 사람이란 생각에 찌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 교육이 영어교육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자꾸만 영어마을만 만든다고 해결될까 의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로지 영어에만 관심이 팔린 사이 국어 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해 초중고등학교 12년동안 국어교육을 받아도 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국민을 양산하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

 

다행스러운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에 “부산광역시가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추진하는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부산' 계획이 현행법(국어기본법) 위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부산시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된 점이다. 하지만, 아직 부산광역시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아 우려스럽다. 박형준 시장이 한글단체와 시민 등의 반발을 받아가면서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벌이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민족주체성을 망각한 공직자가 아니라면 ‘영어상용도시’ 정책 포기하라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성명서에서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시대착오적임은 물론 근거가 없고, 예산 낭비 사업이 많은 것은 물론 쉽고 정확한 소통을 방해하며,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부담을 안기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또 세계인들은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고 세종학당과 한국어학당을 찾고 한국을 방문하는 추세에 오히려 거스르는 처사라며, 부산시의 말문화가 대한민국 말문화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하루빨리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형준 시장이 민족주체성을 망각한 공직자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제발 이제라도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세계 으뜸글자 한글을 만들어준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탄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