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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은 물을 안고 낮은 곳으로 흘러

도종환, <강>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0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 도종환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중국 역사에서 성천자(聖天子)라 추앙받는 요(堯) 임금(BC2356~2255)이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지자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에게 아들이 있었지만,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능력이 모자랐다. 요 임금은 허유(許由)라는 어진 은자(隱者)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를 찾아가 자신의 뒤를 이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권세와 명예에 욕심이 없었던 허유는 정중히 사양하고는 그런 말을 들은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생각해 강물에 귀를 씻었다.

 

그때 마침 소를 끌고 물을 먹이려고 온 소부(巢夫)는 허유가 그런 사연으로 귀를 씻었다는 말을 듣고는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을 자신의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그보다 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물을 먹였다는 고사가 있다. 이를 ‘세이공청(洗耳恭聽)‘ 또는 ’영천세이(潁川洗耳)‘라고 한다. 귀가 더럽혀졌다고 씻은 허유나 그 귀를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한 소부나 정말 대단한 현자들이다.

 

하지만, 여기 도종환 시인은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 사람들아 /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 우리는 흐른다”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허유나 소부를 뛰어넘는 것이다. 자신이나 자신의 소가 더럽혀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더러움을 씻은 물들을 싸안고 낮은 곳을 택하여 흐르고 또 흐른단다. 그러면서 몰래 손을 씻는 그들에게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라고 묻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