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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교토의 늦가을을 물씬 느끼게 한 '용안사'

임제종 선사(禪寺)로 석정(石庭)으로 유명한 절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용이 편안히 쉬는 절에는

나무들도 나대지 않는다

모두 빨갛지 않고 모두 노랗지도 않다

싫증 나지 않는 숲길을 걸으면

그 돌들이 나타난다

열다섯 개

 

툇마루에 앉아서 말없이 그 돌들과 마주한다

누군 바위라고도 하고

누군 그냥 돌이라고도한다

 

그 바위들이 앉은 자리는

물이 흐른다

마른 물이 흐른다

 

마른 물을 본 적이 있는가?

용안사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대로

그 자리에서

그렇게 흐를 뿐이다

 

그 흐름을 알아차렸다면

그대는 이미 신선이다

욕심 없는 도사다

 

바위의 개수를 세지도 말고

마른 물의 정원에서

고갤 갸우뚱하지도 말고

 

그냥

지금 그대 앞에 놓인

이끼

담장

담장 넘어 물들어가는 나무들

나무 위의 하늘을 바라다보면 된다

거기까지만 보면 된다.

 

            - 이윤옥 '용안사 툇마루'에서-

 

지난 12월 5일(월) 낮 세시, 배국희(미국 LA대한인국민회, 전 이사장) 이사장과 우에노 미야코(윤동주 시를 번역한 일본의 중견시인) 시인과 함께 교토의 용안사(龍安寺, 료안지, 원래 용자는 일본어로 류자로 읽으나 용안사인 경우는 료로 읽어서 료안지라 읽는다)를 찾았다.

 

경내의 나무들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있었다. 오사카, 교토, 나라를 구경하는 짧은 탐방 여행에서는 잘 가지 않는 교토의 비경(祕境)을 간직한 곳이다.

 

용안사는 임제종 묘심사파(臨済宗 妙心寺派)의 절로 경내의 숲도 좋지만, 관광객이 주로 들르는 곳은 석정(石庭)이다. 석정(石庭)은 고산수(枯山水, 가레산스이)로 물을 쓰지 않고 돌이나 모래만을 배치하여 산수를 나타내는 정원 양식인데 관램객들은 툇마루처럼 생긴 방장정원(方丈庭園)에 나란히 앉아서 담장 안의 정원을 응시한다. 자잘한 자갈을 깔아둔 그다지 넓지도 크지도 않은 담장 안의 정원을 보려고 일본 전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곳이 용안사이다. 아무런 사전 상식 없이 용안사에 온 사람들은 ‘무엇을 보라는 것일까?’라고 생각하기에 십상이다.

 

용안사의 석정(石庭)은 선종(禅宗)이 한창 유행했던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호소카와카츠모토(細川勝元)라는 무장이 1450년에 세운 선사(禪寺)다. 최전성기 때의 용안사는 21개의 가람을 갖추었으나 현재는 3개의 건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1780년에 간행된 《도명소도회(都名所図会)》에는 지금과 같은 석정(石庭)보다도 원앙새가 많이 노니는 연못으로 더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1797년 큰불이 나 불전 등 주요 가람이 타 버렸다. 다행히 그때 타지 않고 남아 있던 서원원(西源院)을 지금의 용안사에 이축하여 현재는 용안사 본당(대웅전)으로 쓰고 있다.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용안사는 관람객이 정원을 구경하는 툇마루와 왼쪽의 입구를 제외한 ㄱ자 형태의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동서 30미터, 남북 10미터의 담 안에 흰 모래(白砂, 자잘한 자갈)를 깔고 15개의 돌을 5・2・3・2・3로 배치해 두었다. 관람객들은 툇마루에 앉아 이 돌과 정원을 바라다보게 되어 있다. 이것들의 의미는 직접 가서 보아야 알 것이다. 교토 방문 예정인 분들은 한번 용안사에 들러 고산수(枯山水, 가레산스이)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찾아가는 길

주소: 京都市 右京区 龍安寺 御陵ノ 下町13

(교토역(京都駅)에서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学)행 버스를 타고 내려 10분 정도 걷는다)

전화: 075-463-2216

입장료: 5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