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지구상 모든 생명의 기원은 해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의 기운을 받아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식물이지요.
그 식물 기관의 하나로 줄기나 가지에 붙어서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고
모든 생명 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이 잎입니다.
만약에 잎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초식동물이 존재하지 못할 것이고
육식동물 역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니 지구는 무너진 먹이사슬로 인해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황폐한 행성이 될 것입니다.
우린 꽃에 주목하고 상대적으로 잎은 잘 보지 않습니다.
꽃은 화려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다움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감상에 아주 짧은 시간만 허락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물론 꽃도 중요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잎의 중요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년 시절 과수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봄에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그 아찔한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는 잎에 주목해야 했습니다.
오갈병이나 마름병으로 잎이 병들면
열매의 수확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었지요.
어쩌면 잎은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묵묵히 일하는 수도자를 닮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꽃처럼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서 부와 권력으로 세상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자기 삶을 인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배를 띄워주는 물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