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온달 열전이 실려있습니다.
거기에 온달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와 있지요.
"온달은 고구려 평원왕 때 사람이다.
용모가 못생기고 우스꽝스러웠으나 마음은 순수하였다.
집이 가난하여 늘 밥을 구걸하여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떨어진 옷과 신발을 신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바보온달이라고 하였다."
온달은 정말 바보였을까요?
온달이 바보였다는 주장은 우온달(愚溫達)이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나중에 장군이 되어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쓰기엔 쉽지 않은 표현이지요.
가난하여 떨어진 옷을 입고 구걸했다고 해서 바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이나 낮은 지능의 소유자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진짜 지능이 낮다면
학문과 무예를 익혀 고위직에 오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거나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이 온달입니다.
그는 삼국이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였을 때
고구려 장수로 명성을 크게 얻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 우직함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보듯 개인이나 집단의 갈등이 통합되지 못하고
사회적 기회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우직함이 없을까요?
저는 정치를 좋아하지 않고 관심이 별로 없지만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정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란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조직해 내고 키우는 일인데
당리당략과 권력 잡기에 혈안이 된 정치인이
오히려 우리 사회적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요.
공익이 사사로운 이익에 묻혀버리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세상의 근본은 결국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갑니다.
약삭빠르고 자기 셈에만 골몰하는 사회적 강자보다는
차라리 우직함을 지닌 어리석은 약자가 더 훌륭해 보이는 까닭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