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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잊힌 서도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3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지숙의 맑고 부드러운 음색과 다양한 창법, 그리고 음악적 기교 등이 최정상급 소리꾼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작업은 잊힌 서도지방의 소리들을 되찾는 일이라는 점, 그가 깨우려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잠자고 있을지도 모를 북녘의 소리가 그녀의 친근감 있는 목소리와 가락으로 새롭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고마운 일이다.

잊혔거나, 벌써 잊어버린 노래들을 우리가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유지숙 명창을 비롯한 몇몇 서도소리 전공자들의 고군분투가 이 분야의 활성화에 크나큰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악계가 그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전통 서도소리꾼들이 공감하고 있듯이, 서도소리의 위세(威勢)가 점차 하향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지켜 볼 때, 더 이상 기다려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중하게 문화재청이나 문광부 등 국가기관에 요청하고자 한다.

 

“이젠, 국가가 유지숙 명창을 위시해서 서도소리를 위해 노력해 온 유능한 소리꾼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때가 되었으니, 예능 능력 보유 여부와 자격을 살펴서 서도소리가 올바르게 전승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북에서 넘어온 이산가족들은 물론이고, 남녀노소의 국민이 서도지방의 아름다운 가락을 듣고 부르며 즐길 수 있도록 서도소리의 올바른 전승이 시급하다.

 

 

유지숙 명창이 북녘소리를 담은 음반, <토리>를 세상에 내놓을 때, 글쓴이는 “숨 끊어진 서도(西道)의 소리들이 유지숙(劉智淑)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라는 내용의 격려사를 음반에 붙였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유지숙은 “서도소리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와 음색의 소유자다.”, “선대 명창들의 다양한 표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는 명창이다.”, “항상 배우고, 또한 익히는 일에 부지런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소리꾼이다.”, “잊고 지낸 서도지방의 소리들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학구(學究)열이 남다르다.”, “발굴하거나 되찾은 서도의 정감 넘치는 소리들은 이를 원형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만져 나가는 과정이 또한 진지하면서도 치밀하다.”

 

유 명창은 자신의 공개 발표회를 통해서 검증받는 과정은 당연하거니와 이렇게 검증받은 노래들은 애호가나 학생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음반을 제작하거나 교재를 만들어 현장에 활용한다는 점이 여타의 소리꾼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국립국악원> 무대에 올려진 바 있는, 새로운 서도소리들은 청중들로부터 대단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음반에 실려 있는 다양한 악곡들의 이름만이라도 이 난에 소개하여 참고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1. 술비타령

이 소리는 어부들이 고기잡이할 때, 작업의 피로를 잊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는 소리로 알려져 있다. 평안도나 황해도에서부터 남해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불렸다고 한다. 그 노랫말 가사는 아래와 같으며 후렴을 먼저 부르고 본 절(節)로 이어간다.

 

<후렴> 어영차 술비로다. 어영차 술비로다.

이 술비가 네 술비냐. 지상 중에 두 술비로다.

연평 바다에 만선이 되어, 오색 깃발을 휘날리면서

선창머리에 닿는구나. 닻을 감고 돛달아라. <아래 줄임>

 

‘술비 타령’은 고기를 낚을 줄을 꼬거나 그물을 들어 올리면서 부르는 소리로 한 사람이 메기고, 여러 사람이 함께 받는 형식, 곧 메기고 받는 형식의 노동요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일노래는 대부분이 메기고 받는 형태다. 메기는 소리는 높게, 또는 낮게도 다양하게 메기지만, 받는 부분은 일정한 형태로 반복하게 되는데, 이 노래에서는 받는소리가 변화하기도 한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고기를 푸는 소리로 슬비’ 또는‘술배’ 소리라고도 한다.

 

 

2. 굼베타령

 

이 소리는 1940년대 배뱅이굿의 명창이었던 황해도의 최순경이 잘 불렀던 서도의 신민요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이후, 크게 유행하였던 곡으로 전해오는데, 이 노래를 알거나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굼베가 느리다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게 표현한 듯한 이 노래의 노랫말은 아래와 같다.

 

후렴; 굼베야, 굼베야, 굼베나 칭칭, 쾡쿰배.

1). 저낙을 먹구서 썩 나서니 게 묻은 손으로 날 오랜다.

2). 네가나 잘났다. 자랑을 말고 못난 사람을 괄시를 말어라.

3). 오마니 왔다가 늘 거져 가갔오. 올베쌀 송편이나 해 먹고 가렴아.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