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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고려빛 담은 나전칠기, 800년 만에 귀국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86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재청은 지난 9월 6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800년 만에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는데 그 크기는 폭 33.0 x 18.5cm, 높이 19.4cm입니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전 세계 20건에도 못 미치고, 그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무늬와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지요.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무늬를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으뜸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 주변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지요.

 

이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무늬를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무늬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하여 만든 연주(連珠)무늬가 고루 사용되었습니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로 꾸미고, 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가 있으며,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려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 5,000개에 달합니다. 특히, 나전 본래의 무지갯빛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가운데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