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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정인보, '오천년 조선의 얼' 총독부가 압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8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88년 전(1935년) 오늘(11월 29일) 정인보(鄭寅普, 1893~모름) 선생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논설 '오천년간(五千年間)의 조선의 얼'이 조선총독부에 압수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내선일체를 목표로 민족말살정책에 몰두했지요. 정인보 선생은 총독부가 조선을 영구 지배할 목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뿌리부터 왜곡하는 '조선반도사'를 편찬할 때 이에 맞서 '오천년간 조선의 얼'을 집필한 것입니다.

 

 

선생은 1912년 중국 상해로 건너가 신채호(申采浩)ㆍ박은식(朴殷植)ㆍ신규식(申圭植)ㆍ김규식(金奎植) 등과 함께 동제사(同濟社)를 조직, 교포의 정치적ㆍ문화적 계몽활동을 주도하며 광복운동을 하였지요. 그러다 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귀국하였는데 나라 잃은 사람의 표시로 상복 또는 검은 양복과 검은 모자 차림으로 다녔으며 이 때문에 경찰에 불려 다녔습니다.

 

이후 동아일보, 시대일보의 논설위원으로 겨레 정기를 돋우는 논설을 펴며 민족계몽운동을 주도하였지요. 특히 조선역사 연구의 근본을 '단군임금 이래 5,000년 동안 맥맥히 흘러온 얼'에서 찾고 조선역사는 곧 배달겨레 '얼의 역사'임을 강조했으며, '국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습니다. 선생은 박은식(朴殷植)과 신채호(申采浩)를 잇는 민족주의 사학자의 한 사람으로 《조선사연구》를 펴내고 민족정신을 드높였으며, '경인훈민정음서(景印訓民正音序)', '훈민정음운해해제(訓民正音韻解解題)' 등을 써서 우리글 보존에도 이바지하였습니다.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