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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展)

나가사키와 인천을 이어주는 가교를 기대하며
[맛있는 일본이야기 71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개항 초기 20대 초에 인천으로 건너와 40여 년을 이곳에서 지냈고, 지금도 인천에 잠들고 있는 여성, ‘하나 글래버 베넷'. 해방 후 ‘나비부인의 딸’로 오인당한 그녀 삶의 진상, 인천 영국영사관 건물의 구조 등 베일에 가려져 왔던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전시회가 막을 올린다.(아래 줄임)”

 

이는 2주 전쯤 인천관동갤러리 도다 이쿠코 관장으로부터 받은 ‘전시회 안내’ 보도자료 글 가운데 일부다.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다른 갤러리들과는 달리 역사성 있는 사진전이라든가 문화, 문학, 민속을 아우르는 전시를 자주 열고 있는 곳이라 종종 취재했지만, 솔직히 이번에 보내온 <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展, The Incheon British Consulate and Hana Glover Bennett)>이라는 보도자료는 몇 번을 읽어봐도 전시 내용의 의미 파악이 안 되는 데다가 전시 주제로 내세운 영국인 여성 ‘하나 글래버 베넷’과 개항기 인천의 ‘영국영사관 건물’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별 흥미를 못 느꼈다.

 

 

 

 

전시 개막식 날짜로 알려 온 25일(일요일) 낮 3시는 마침 청탁받은 원고 마감까지 겹쳐 내심, 이번 개막식은 참석이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걸려 온 도다 이쿠코 관장의 '취재 요청' 전화 한 통에 하던 일을 제치고 개막식이 열리는 인천관동갤러리로 달려갔다.

 

예정된 개막식 시각은 낮 3시, 그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인천관동갤러리에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展)>과 관련하여 일본 나가사키에서 네 명의 손님이 와 있었다. 두 명은 교수고 두 명은 대학생이었다. 두 명의 교수는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가르치는 야마다 유카리(山田由香里) 교수와 공통교육전문을 담당하는 하마사키 다이(濱崎大) 교수 그리고 건축학과 3학년생인 사카구치 히로마사(坂口弘雅) 군과 나카모토 코타(中本 浩太) 군이 그들이다.

 

 

3시 정각의 개막식까지 30분의 시간이 있어서 야마다 유카리 교수와 간단한 대담을 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하나 글래버 베넷’이란 여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비교적 풍부하게 남아있는 이 가족에 대한 사진을 접하면서 그들이 배경으로 찍힌 건축물에 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특히 나가사키에 살다가 인천으로 건너와서 영국영사관 건물에서 살았던 글래버 가족의 사진 속에서 발견되는 개항기 영국식 건축물은 나에게 매우 호감이 가는 분야였습니다. 건축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공간에 살던 사람, 곧 ‘하나 글래버 베넷’ 가족에 관한 관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야마다 교수는 자신과 이번 전시회 주인공인 ‘하나 글래버 베넷’ 일가(一家)에 대한 인연을 그렇게 설명했다. 야마다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기자 역시 ‘하나 글래버 베넷’이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개막식은 낮 3시부터 전시장의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시작되었다. 강사는 ‘하나 글래버 베넷’ 연구의 권위자인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브라이언 바크-가프니 명예 교수가 영상강의를 맡았고 그의 유창한 일본어를 도다 이쿠코 관장이 한국어로 통역했다. 브라이언 교수의 강의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사진으로 뒤돌아보는 하나 글래버 베넷의 일생>(44쪽, 한국어, 일본어, 영어판)을 중심으로 이어졌으며 강연 뒤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강연은 1시간가량 진행되었는데 요점은 ‘하나 글래버 베넷’ 일가가 고향 영국 스코틀랜드를 떠나 나가사키에 정착하면서 무역상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과 일본의 현지처 츠루와의 사이에 낳은 딸 ‘하나 글래버 베넷’ 등 가족 소개에 이어 ‘하나 글래버 베넷’이 일본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딸로 잘못 알려진 진상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참고로 ‘하나 글래버 베넷’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브라이언 교수는 힘주어 말했다. 다만, 나가사키시에서는 ‘하나 글래버 베넷’의 저택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 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생기길 바라는 뜻에서 나비부인의 딸이 아닌 데도 그대로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하나 글래버 베넷’은 21살 되던 해(1897)에 남편 월터 베넷의 홈링거회사 인천지점 근무를 위해 건너와 4명의 자녀를 낳고 40년을 살다가 62살(1938) 되던 해 인천에서 죽어 인천외국인묘지(현재는 인천가족공원묘지) 에 묻혔다. ‘하나 글래버 베넷’과 그의 가족에 대한 영상강의를 마친 브라이언 교수는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살다 인천에 묻힌 ‘하나 글래버 베넷’을 통해 앞으로 나가사키와 인천이 서로 사이좋게 우정을 나누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처음에 보도자료를 접했을 때 가졌던 낯선 이름 ‘하나 글래버 베넷’이란 여성에 대한 호기심은 브라이언 교수의 1시간여 영상강의로 대강 풀렸다. 그러나 영상강의 뒤, 질의 응답시간에 기자가 한 질문 곧, “서울외국인묘지인 양화진이란 곳에는 개항기에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외국인들이 많이 묻혀있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베델, 헐버트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일본 근대화 시기, 손꼽히는 인물인 ‘하나 글래버 베넷’의 아버지(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에서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무역상으로 소개한 그녀의 아버지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가 혹시 한국과 관련된 사업이라든가 한국에 도움을 준 점은 없는지 말해달라”에 대해 브라이언 교수는 “좋은 지적이다. 그것은 나의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기야, 비대면 영상강의인 데다가 시간도 고작 1시간 남짓이었으니 깊이 있는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었으리라.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변변한 자료는 없었다. 그나마 위키사전이 이 인물에 대해 풀어 놓은 것 외에 발견하지 못해 이것이나마 그대로 옮겨본다. (위키사전에서는 토머스 블레이크 글로버이고, 이번 인천관동갤러리 자료에는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로 표기됨)

 

“토머스 블레이크 글로버(영어: Thomas Blake Glover, 1838년 6월 6일 ~ 1911년 12월 13일)는 19세기 후반에 일본 나가사키시에 체류한 스코틀랜드 상인이다. 사실상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이며, 나가사키 시내에 있는 구라바엔(글로버 가든)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 당시 일본 내에서 가장 번성하던 사쓰마번(지금의 가고시마현 지역)에 신식 무기들을 판매하였으며, 그 무기는 1864년의 전쟁에서 사용되었다.”라는 것이 한국 위키사전의 전부였다.

 

같은 위키사전이지만 일본어판 위키사전은 다르다. 일본 위키사전은 더욱 상세할 뿐 아니라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를 다룬 책 《명치유신과 영국 상인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明治維新とイギリス商人 トマス・グラバーの生涯)》(岩波新書, 1993) 등 단행본만 11권이 소개될 정도로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에 대해 상세히 기록해 두고 있었다.

 

일설에는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가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홀 럿셀 조선소에서 제작하여 조슈번(長州藩)에 판매한 배 가운데 하나가 운요호(雲揚, 운양호)로 이 배는 조선을 침략한 운요호사건(1875, 일본이 해안 탐사를 빙자해 강화도와 영종도를 습격하고 민간인 학살과 약탈, 방화 등을 자행한 사건으로 이듬해인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이어짐)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는 조슈번과 사쓰마번 소속 젊은 사무라이(무사) 9명의 영국 유학자금을 댄 인물이다. 당시 유학생 가운데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도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와 일본은 상당한 친밀한 인연이 있었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일본에서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가 어린이고 어른이고 간에 대단한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의 딸인 ‘하나 글래버 베넷’의 일생을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우리도 그의 아버지이자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토머스 블레이크 글래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보았다. 인천과 나가사키 두 곳을 살다 간 그의 딸 ‘하나 글래버 베넷’에 대한 전시회도 그런 바탕을 알고 보면 더욱 흥미있을 것 같다.

 

 

 

왜, 지금 우리가 영국 출신 부잣집 딸 ‘하나 글래버 베넷’의 일생을 반추해 보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 그가 살았던 영국영사관 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 그것들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25일 개막한 <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을 감상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깊을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에서 보존됐던 글래버 가문 앨범, 영국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굴한 자료 등 귀중한 자료들이 처음 공개된다. 이를 통해 개항 초기 인천의 생활, 그리고 영국영사관의 모습 등 개항기 인천과 나가사키의 모습을 살펴보고 앞으로 미래를 향한 새로운 교류의 장이 열리길 희망해 본다.

 

 

 <전시 및 강연 일정>

* 전시기간 : 2월25일(일)~3월30일(토) 10:00~18:00 (금토일 개관)     

* 3월30일(토) 낮 3시~4시반 글래버 가문 앨범을 통해서 본 인천 영국영사관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공학부 교수), 대면강의 예정

 

*기억과 재생의 전시공간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전화 : 032-766-8660

gwandong14@gmail.com

관장 : 도다 이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