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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락어토론(樂於討論, 토론을 즐겨 하시다)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14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은 사맛[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백성이 주가 되는 ‘민위방본(民爲邦本)’의 목표를 실현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해 듣고, 간하기를 권하고, 옛 문헌을 조사하여 의제[agenda]를 구하려 했다. 과제가 정해지면 토론하여 좋은 해법을 찾아 현장에서 실현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갔다.

 

이 가운데 특히 필요한 문제는 좋은 해답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을 즐겨하시다

 

(성균 생원 방운 등이 회암사의 대대적인 수리와 아울러 불교의 폐단에 대하여 상소하다) 성균 생원 방운(方運) 등이 상서하기를, "신 등이 그윽이 천하의 도리를 살피옵건대, 바른 것이 있고 사특한 것이 있사와, 바른 것이 오르면 우리의 도가 행하여... 이제 우리 주상 전하께옵서는 하늘의 운행이 질서 있음을 본받으시어 이(离, 주역의 괘명)를 잇고 밝음을 향하사, 몸을 다스리시되 항상 조심하시고 삼가심을 잊지 아니하심에 이르시고, 덕(德)이 비록 성하시나 더욱 토론을 즐겨하시고, 열성(列聖)의 아름다운 법을 본받으시어 만대에 길이 힘입을 것을 넓히려 생각하셨나이다. (그 결과) 노비의 수효를 감하여 관부(官府)에 적(籍)을 올리고, 암자(庵子)와 절 짓는 일을 일체 못하게 하셨사옵되... 이단(異端)을 물리치신 공(功)이 조종(祖宗)에 빛을 더하셨고 광채를 죽백(竹帛, 대나무나 비단에 글쓰기로 이름을 날리는 뜻)에 드리우셨나이다. 그러하오나, 큰 아름다움에도 작은 흠점이 없을 수 없는 것으로서, 비록 융성하게 다스려지는 날을 당하였사오나 어찌 말할 만한 일이 없겠습니까. ...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의 말이 옳으나, 그러나, 회암사(檜巖士)는 오늘날 창건(創建)한 것이 아니고 다만 〈불전(佛殿)이 기울어져〉 집을 수리하고 지붕을 새로 이는 일을 할 뿐이다.“하였다. (⟪세종실록⟫16/4/11)

 

세종은 일을 마주할 때 토론하고, 옛것을 존중하고 본받되 새롭게 개혁해 가는 자세를 보였다.

 

 

 

토론하고 연구하다

 

(김일자 등이 이제현ㆍ이색ㆍ권근을 문묘에 배향하기를 청하다) 성균 생원 김일자(金日孜) 등이 말씀을 올리기를,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옛 성인(聖人)을 계승하고 후학(後學)을 열어 주는 것은 성현의 대공(大功)이요, 조종(祖宗)을 도타이...토론하고 연구하여, 소견이 더욱 높아지고 지식이 더욱 깊어지게 되매, ... (⟪세종실록⟫18/5/12)

 

마찬가지로 옛것을 존중하되, 다시 오늘의 문제를 토론하고 연구한다.

 

 

토론으로 총명을 개발

 

(지경연 이상에서 간관까지 시강하게 할 것 등에 관한 사간원의 상소문)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여서 적은 것도 드러남이 다를 것이 없사옵나이다.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감동되오면 천변(天變)이 위에서 감응하므로, 감동하고 응하는... 토론하여 총명을 개발하려 하여도, 정과 뜻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막혀서 스스로 펴지 못할까 두렵사옵니다. (⟪세종실록⟫20/11/23)

 

토론을 통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더욱 신중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종일 토론하다, 점심도 제공

 

(경연관을 합하여 한 번으로 하고 강한 뒤에는 경연청에서 토론하게 하다) 경연에 나아가니 동지경연 탁신(卓愼)이 아뢰기를, "근래에 경연관(經筵官)이 번(番)을 나누어 나아와서 강(講)하는데, 모두 다른 사무를 맡은 관계로 많은 글의 깊은 뜻을 강론할 여가가 없어서, 나아와서 강(講)할 즈음에 상세히 다하지 못하게 되오니, 바라건대 지금부터는 합하여 한 번(番)으로 하여, 나아와서 강(講)한 뒤에는 경연청(經筵廳)에 물러가서 종일토록 토론 하도록 하소서."하니, 임금이 그 말을 좇고, 또 점심밥을 주도록 명하였다. (⟪세종실록⟫ 즉위년 /12/17)

 

재미있는 뒷이야기로 종일 토론하고 점심밥도 제공하는 세종의 세밀하고 자상한 한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