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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토착종교, 무조건 배척하면 안 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97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무식한 무리들이 요사스러운 말에 혹하여, 질병이나 초상이 있으면 즉시 야제(野祭, 길가나 들에서 지내는 제사)를 행하며, 이것이 아니면 이 빌미[祟, 재앙이나 병 따위 불행이 생기는 원인]를 풀어낼 수 없다고 하여, 남녀가 떼를 지어 무당을 불러 모으고 술과 고기를 성대하게 차리며, 또는 중의 무리를 끌어오고 불상(佛像)을 맞아들여, 향화(香花)와 다식(茶食)을 앞에 벌려 놓고는 노래와 춤과 범패(梵唄)가 서로 섞이어 울려서, 음란하고 요사스러우며 난잡하여 예절을 무너뜨리고 풍속을 상하는 일이 이보다 심함이 없사오니, 수령들이 엄하게 금하고 다스리되, 만일 범하는 자가 있으면 관리와 이(里)의 정장(正長)ㆍ색장(色掌) 등을 함께 그 죄를 다스리게 하옵소서.“

 

위는 《세종실록》 53권, 세종 13년(1431년) 8월 2일 기록으로 사헌부가 백성들이 길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과 무당이 하는 굿 그리고 불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임금께 아뢰는 내용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성했지만,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나라의 근본이 되면서 불교를 억압하기 시작했으며, 그 바람에 큰 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민간에 전통적으로 믿어오던 굿도 요사스럽다면서 무조건 배척했지요.

 

 

다행히 광복된 뒤 불교는 다시 설 수 있었지만, 무속은 서구 이념이 급속히 퍼진 것과 함께 새마을운동이 무조건 무속을 미신이라면서 타파했던 탓으로 위기에 몰렸고, 심지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조차도 하마터면 전승이 끊길 뻔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불교나 기독교가 들어갔어도 토착종교인 신사 때문에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교회 찾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현재 일본 사람들은 여전히 신사 참배가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요. 물론 일본의 경우를 우리가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종교를 우리의 삶에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서구적인 시각으로 토착 종교를 미신이라고 배척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