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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50년, 800억 명 실어 나른 서울 지하철

서울역사박물관ㆍ서울교통공사 함께 연 <서울의 지하철> 특별전
서울 지하철과 사람 이야기, 건설사적ㆍ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조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하철을 타세요, 편안하게 모셔요.

지하철을 타세요, 시내에선 제일 빨라요.

애인 만나 데이트할 시간도 스포츠 중계 볼 시간도

술 마실 시간도 많아져요, 자, 지하철을 타 봐요.

 

이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노래 '지하철을 타세요' 가사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극단 학전 제작, 김민기 연출로 한국 뮤지컬계의 전설로 남은 작품이다. 원작은 독일의 뮤지컬 <Linie Eins>로 김민기가 한국어로 번안하면서 현지화시켜 1994년 대학로에서 초연했고,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어 공연해오다가, 2023년 12월 31일 4,257회를 마지막으로 공연을 끝냈다.

 

이 뮤지컬의 창작 동기가 된 서울의 지하철은 개통한 지 50년이 되었다. 그 50년을 기리는 <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이 지난 8월 9일부터 오는 11월 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와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이 함께 손잡고 연 것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 29돌을 기리는 날, 우리나라 첫 지하철 '종로선'이 개통되었고, 그로부터 우리는 50년에 이르는 지하철시대를 살아오고 있다. 서울을 오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타봤을 서울 지하철은 우리를 정체 없이 학교와 직장으로 날라주는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임을 넘어서 '현대생활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 매개체였다.

 

우리 모두에게 처음이었던 지하철은 새 시대에 대한 경험을 함께 쌓으며 우리의 의식과 생활ㆍ문화 양식, 도시 모습을 서서히 바꿔나갔다. 지하철은 아침저녁으로 도시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통근열차이자 누구나 쉽게 이동하고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게 한 교통수단이었으며, 만남의 장소이자 소비공간이었다. 사람들이 부대끼는 사회적 공간으로 공동체 의식과 동시에 외로움을 키워간 곳이기도 했다.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 특히 <출근지옥의 해결사? 푸시맨과 커트맨>에서는 80년대 부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출근하면서 겪었던 '지옥철'이 생생했다. 전시에서는 1990년경 지하철 최고 혼잡도는 약 250%에 달해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었다고 회고한다. 이에 서울 지하철공사에서는 1990년 1월, 잠실역ㆍ신도림역 등 혼잡도가 심한 지하철역 20여 곳에 '질서 안내요원'을 배치했다. 내가 이용하던 부천역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질서 안내요원'은 질서유지와 안내를 맡았는데, 승객들을 열차 안으로 밀어 넣기도 해 소위 '푸시맨(Push man)'이라 불렸다. 반면, 승객들의 무리한 승차로 지연운행이 해소되지 않자 1990년대 중반부터 지하철공사에서는 만원전동차에 타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커트맨(Cut man)'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하철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아이고 나죽네!’라는 외마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당시 경기도에서 서울로 유학하는 아이들은 지하철에서 안에서 발을 바닥에 딛지도 못하고 둥 뜬 채로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목격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전시장 관람하는 동안 그런 추억을 회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은 서울의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는데 교통망의 발달로 상업문화에 「평등」을 증폭시킨 것이 80년대 이후 개통된 지하철 4호선이란다, 경향신문 1996년 12월 28일 치에는 “성신여대 입구는 지하철역이 아니라면 절대로 번화해지기 힘든 곳. 돈암동 일대는 원래 한옥이 많은 주택가였다. 시내 와도 멀고 특별한 놀이문화도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미장원, 카페, 화장품점, 보세옷가게가 골목골목을 채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명소인 성신여대 입구에는 요즘 여대생보다 중고생이 훨씬 더 많다.”라는 기사가 보인다.

 

전시물 속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서울교통공사 사보 <서울 지하철> 제12호에 나온 충무로ㆍ무악재역 장식벽화 작가인 서양화가 김한 씨의 “지하철 벽화 순례-근대문화의 산실과 지하철의 만남”이었다. 그는 글에서 “지하철은 지하라는 특수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막연한 공포 같은 걸 갖게 하는 것이다. 닫힌 공간에 대한 일종의 폐소 공포증 같은 것이리라. 벽화와 장식 계획은 여기에다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고 대중과 미술이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그 어떤 격을 유지한 채 만나는 장소여야 하며 시민들 마음 안에 들어앉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라면서 지하철역 벽 장식을 한 사연을 들려준다.

 

 

 

 

우리나라 첫 지하철인 서울 지하철의 건설은 현재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최첨단기술이 집약된 국가적 사업이었다. 전시물에는 “땅속에 길을 내는 것부터 ‘대량’, '고속', '안전', '정확’한 수송을 위해 토목, 건축, 전기, 신호, 통신, 궤도, 설비, 차량 등 20여 가지의 산업이 힘을 합쳐 이루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1호선 건설은 오랫동안 기술이 집약된 일본의 기술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차량 역시 일본에서 수입하였다. 하지만 1977년부터는 국산 전동차를 제작하여 운행하였고 점차 토착화된 건설기술력을 확보하여, 2기 지하철부터는 순수한 우리 기술로 건설하고 해외 건설공사에 기술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얘기한다.

 

1호선 개통을 시작으로 반세기 서울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온 서울지하철은 1-3기의 단계적 건설로 오늘날의 9호선에 이르고 있다. 이로써 현재 1-9호선 등 전체 연장 357.5km의 거대한 지하철 네크워크가 구축되었다. 지하철 1호선은 서울 도심을 포함하여 수도권 신도시 광역전철은 물론 경인ㆍ경수ㆍ경원선이 연계되는 중심축이 되었으며, 유일한 순환노선인 2호선은 환승역을 통해 다른 노선과 모두 연결되어 서울의 동맥이 되어왔다. 방사 형태로 외부로 연결되는 3·4호선은 도심 외곽 대규모 주거단지 주민들에게 편리한 교통을 제공하였다. 전시는 말한다. “지하철은 이처럼 사람들의 '이동'을 통해 서울을 움직이게 하였다.“라고 말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 지하철 개통 50돌이라는 큰 분기점을 맞아 지난 여정을 기억하고 나누는 전시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라며, “시민의 추억과 지하철 현장의 모습을 담아 모두가 함께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이번 전시가 축제의 장이자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발전 과정에서의 전환점에 있는 역사적 사건을 조명하는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라며, “익숙한 지하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 이후 지하철을 둘러싼 연구와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ㆍ주말 관계없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입장 마감 17:30)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단, 한가위 연휴인 9월 16일(월)에는 정상 개관하여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서울 문화의 밤’이 열리는 매주 금요일에는 밤 21시까지 연장한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교통공사 누리집(https://www.seoulmetro.co.kr)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https://museum.seoul.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6311-9408, 02-724-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