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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말의 무진장한 노다지 〈임꺽정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02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96년 전인 1928년 오늘(11월 21일)은 홍명희 장편 소설 〈임꺽정전(林巨正傳)〉이 〈조선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임꺽정전〉은 1939년 3월까지 연재되다가, 일제의 <조선일보> 강제 폐간 조처로 다시 《조광(朝光)》으로 옮겨 연재했으나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지요. 이 작품의 이름은 처음에 <임꺽정전(林巨正傳)>이었으나 1937년 연재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면서 <임꺽정>으로 바뀌었는데, 조선시대 가장 큰 화적패였던 임꺽정 부대의 활동상을 그린 역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연산군 때부터 명종 때에 이르는 16세기 중반 조선 중기의 역사적 상황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특히 봉건적 질곡을 뚫고 일어선 평민 이하 일반 백성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 근대 역사소설에 새로운 지평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그동안 역사소설이 철저히 왕조 중심이거나 야사에 의지한 데 견주어 민중의 관점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탁월한 안목을 보여 주었음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살아 있는 으뜸 우리말사전'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일본어 번역 투에 오염되지 않은 우리 입말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 내고 있어, 연재 당시에도 ‘조선말의 무진장한 노다지’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이 소설은 당시 역사소설의 양대 흐름을 지배하던 이광수(李光洙) 류의 교훈적이고 낭만적인 경향이나, 박종화(朴鍾和)ㆍ김동인(金東仁) 류의 야사에 기댄 역사소설의 경향을 뛰어넘어 민중 정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이후 황석영의 《장길산》이나 김주영의 《객주》 등을 낳은 문학사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