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7 (월)

  •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대전 10.1℃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제주 13.0℃
  • 맑음강화 4.8℃
  • 맑음보은 9.5℃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도시서 퇴직하는 은퇴자, 시골서 살게 하자

평창에서 온 편지 (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1975년에 개통된 영동고속도로는 평창군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였다. 평창군에는 영동고속도로 진출입로(IC)가 면온, 평창, 속사, 진부, 대관령 등 무려 5개가 있다. 평창군 어느 곳에서든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까지 3시간이면 갈 수가 있게 되었다. 왕복 2차로로 개통된 영동고속도로에 차량이 늘어나자 2001년에 전 구간이 왕복 4차로로 개선되었다. 특히 험준한 산악 지형인 대관령 구간에는 터널을 7개나 뚫어 구불구불한 구간을 없애고 경사도를 낮춰서 운전하기에 편한 고속도로가 되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강릉-서울 구간 KTX 노선이 개통되었다. 평창군에는 KTX역이 평창역과 진부역, 두 개나 있다. 기차를 타면 서울역에서 평창역까지 1시간 40분 걸린다. 청량리역에서 평창역까지는 1시간 10분이 걸린다. 평창군은 이제 서울에서 먼 산골짜기가 아니라 가까운 관광휴양지가 된 것이다.

 

평창군에 사는 주민 처지에서 보면 진부역과 평창역이 생김으로써 서울 나들이가 매우 편리해졌다. 봉평면에 사는 필자는 예전에는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을 다녀왔다. 주말에는 고속도로가 막혀 고생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평창역에 차를 주차해 두고 기차로 서울 나들이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교통은 엄청나게 편해졌지만, 인구수는 날로 줄기만 한다. 평창군 인구수는 1967년에 101,049명으로서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후 인구가 계속 줄어서 2024년 12월 현재는 40,396명에 불과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3년에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228개 시군 가운데서 절반 이상이 지방소멸 위험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춘천시와 원주시를 제외한 16개 지역이 모두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평창군청에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출산 장려 사업을 시작하였다. 평창군에 부모가 2년 이상 살고 아이를 낳으면 출산 축하금을 지원한다. 출산 축하금은 첫째 아이 200만원, 둘째 아이부터는 300만 원을 카드로 지급한다. 출산 장려금 말고도 월 3만 원 이내의 건강보험료를 지급한다. 고등학생인 자녀에게는 학비를 지원하고 대학신입생에게는 대학입학금을 100만 원씩 보조한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건강한 출산을 위한 숲 태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인구를 늘리기 위하여 수많은 정책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진부감리교회(목사 이대희)는 2019년 1월부터 진부면 관내 출생아 누구든지 20만 원의 출생 축하금을 은행계좌로 전달하고 있다. 이대희 목사는 “사회적 이바지에 대해 교회 구성원 모두 지지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면라서 “신생아 출생 축하금 후원사업은 진부면에 생명을 가득하게 하기 위한 작은 씨앗이다. 이런 운동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평창군에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골말(17가구) 마을에서 지난 10년 동안 노인이 7명 돌아가셨는데, 태어난 아기는 하나도 없다. 앞으로도 인구가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우리 마을 토박이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한때는 우리 동네도 공동놀이터를 만들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젊은 부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출산 축하금 몇백만 원을 받기 위해서 아이를 낳으려고 할 것 같지 않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부터 지출되는 여러 종류의 과외비, 그리고 아이를 도시에 있는 대학에 보내면서 필요한 등록금과 하숙비, 혼인시킬 때 필요한 주택 구입비 등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고 싶지 않고,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인구가 줄어드니 평창군, 영월군, 횡성군과 홍천군의 4개 군을 합쳐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다. 봉평면에는 초등학교가 단 2개 남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면소재지에 하나만 남아 있다. 학교 버스가 아침저녁으로 먼 거리에 있는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운전하고 가다 보면 평창군 곳곳에 폐교가 버려져 있다. 봉평면 무이리에 있는 무이예술관처럼 폐교를 활용하여 예술관이나 박물관, 캠핑장 등을 만든 곳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방치되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지방인구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감사원에서 전국의 지자체 인구정책 담당자 24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6.3%가 ‘젊은 세대의 유출’을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다음으로 22.8%는 ‘결혼 적정 인구 부족’, 8.9%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을 선택했다. 젊은이들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다양한 문화생활 등을 쫓아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가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예산은 약 380조 원으로 추산된다. 2023년 한 해에 약 48조 원을 사용했으나 출산율은 좀처럼 오르지를 않는다. 인구감소 문제는 지자체들이 기발한 정책을 개발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출산 장려금처럼 지자체가 주민 수를 늘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출산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보면 제로섬인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하면서 “효과는 없이 비용만 늘어나는 비효율을 방치만 할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중요한 정책이었지만 이후 정부에서 계승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서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발전에 성공한 일본도 지방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하다. 일본은 2014년에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창생’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서서히 지방소멸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디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화려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는 동서고금 어느 나라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본 욕망을 거스르는 정책은 성공할 수가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젊은이를 시골에 붙잡아두고 신생아를 늘리려는 정책보다는 도시에서 퇴직하는 은퇴자를 유인하여 시골에서 살게 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 같다. 인구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