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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세찬 바람 속에서 달려가는 아이

김민기, <아름다운 사람>
[겨레문화와 시마을 21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름다운 사람

 

                                          - 김민기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위에 한 아이 우뚝 서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그 이름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지난해 7월 21일 작곡가면서 가수인 김민기가 일흔세 해 삶을 내려놓고 우리 곁을 떠났다. 조승우, 설경구, 황정민 등 유명 영화배우와 김광석 같은 전설적인 가수를 키워낸 김민기는 대학로 ‘학전’을 운영하면서 늘 ‘뒷것’을 자처했다. 그는 연극계에 처음 계약서를 도입하고 수입을 공개한 다음 일일이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월급을 주었음은 물론 배고팠던 배우들의 밥을 꼭 챙겼다는데 배우들은 앞것, 자기는 앞것의 뒤를 채워주는 뒷것임을 늘 강조했다.

 

여기 그 김민기가 만들고 노래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김민기는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라고 음울하게 노래를 시작한다. 어쩌면 현 세상의 부조리함을, 그 부조리함 속에서 많은 이가 고통받고 있음을 나타내려 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바로 그 아이는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벌판을 달려간단다. 그런 다음 새하얀 눈 쌓인 산 위에 그 아이는 우뚝 서있다고 노래한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아름다운 사람’이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환한 것만은 아니라 ‘어두운 비 내리고, 세찬 바람 불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삶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눈 내리는 벌판에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무뚝뚝하게 걸어가야 가야만 한다. 흙탕물에서도 피어나는 연꽃처럼 삶 속에서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을 차지하려면 우리는 모두 김민기의 ‘뒷것’ 사상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