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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시사 합작시 52. 압록ㆍ두만ㆍ송화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ㆍ두만ㆍ송화강

 

     동이족의 해맑은 혈맥처럼 (달)

     백두로부터 동서로 북으로 (돌)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흘러 (빛)

     상서로운 기운 날개를 펴네 (초)

                                   ... 24.11.16. 불한시사 합작시

 

 

 

 

 

백두산(白頭山)은 동북아시아의 거대한 수계(水系)를 이루는 발원지로서, 이 산에서 비롯된 물길은 곧 민족의 이동과 국가의 흥망, 문명의 경계를 함께 형성해 왔다. 백두에서 갈라져 흐른 세 강은 방향을 달리하며 각기 다른 역사적 공간을 열었는데, 동쪽으로는 두만강(豆滿江/圖們江), 서쪽으로는 압록강(鴨綠江), 북쪽으로는 송화강(松花江)이 되어 광대한 만주를 적시고 아무르강(黑龍江)과 합해져 오호츠크해로 들어간다.

 

압록강과 송화강은 천지(天池)에서 발원하여 장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두만강은 백두산 북쪽 기슭에서 시작해 동해로 향한다. 이 세 강은 단순한 자연 지형을 넘어 고조선ㆍ부여ㆍ고구려ㆍ발해로 이어지는 북방 고대국가들의 생활권과 방어선, 교역로의 축을 형성했다. 특히 황해로 흐르는 압록강은 대륙과 한반도를 잇는 고구려의 관문이었고, 두만강은 발해와 여진 세계가 만나는 동북 변경의 숨결을 간직한 강이다. 송화강은 북방 초원과 삼림의 문명을 연결하며 부여와 발해의 북방 기반을 이루었다.

 

송화강의 이름 ‘송화(松花)’는 만주어 ‘숭가리(Sungari)’를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아리수의 한강(銀漢의 가람)처럼 본래는 은하수를 뜻한다. 밤하늘의 별무리가 강물로 내려온 듯 반짝인다는 인식은, 이 강이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잇는 상징적 통로였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인식은 동이족 특유의 자연관, 곧 하늘의 질서와 땅의 흐름을 하나로 보는 세계관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우리 불한시사(弗寒詩社)의 고구려 유적 답사는 이번에는 압록강 기슭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으나, 이는 끝이 아니라 여운이다. 언젠가 다시 부여의 옛터와 발해의 강역을 따라 두만과 송화의 물가를 찾게 될 것이다. 백두에서 갈라진 세 강을 따라 걷는 일은 곧 한 민족의 기억과 시간, 그리고 아직 다 건너지 못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 광쪼우에서 라석)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