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족오(三足烏) 세 발로 우뚝 선 고구려의 꿈 (빛) 어둠을 내쫓는 태양의 새여! (돌) 천지인 아울러 큰 날개 펴니 (초) 이 땅을 밝히며 날아오르네 (달) ... 24.11.13. 불한시사 합작시 지난해 늦가을, 불한시사(弗寒詩社)의 시벗들과 함께 고구려의 도읍지 국내성(國內城)이 있는 집안(輯安/集安)을 찾았다. 압록강 물빛은 유리같이 맑았고, 오녀산성(홀승골성)과 환도성(위나암성) 등 산등성이마다 옛 성곽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는 고구려 벽화고분과 박물관의 유물을 두루 살펴보다가, 태양 속에 새겨진 삼족오(三足烏) 상을 마주하고 저마다 감흥을 얻어 이 짧은 합작시를 지었다. 삼족오는 본래 태양의 새(陽鳥)로서, 세 발은 천지인(天ㆍ地ㆍ人)의 삼재를 상징하며, 세 가지 발이 균형을 이루어 움직이는 형상은 만물의 조화와 순환, 도(道)의 삼원(心ㆍ物ㆍ行)을 뜻한다. 그 깃은 검어 현묘하고 으뜸된 기운(玄元之氣)을 품고, 그 몸은 붉어 태양의 따뜻한 빛(火德之光)을 머금으며, 날개를 펼칠 때 우주의 질서가 함께 돌아간다. 고구려인에게 삼족오는 단순한 신화의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왕도(王道)의 상징이자, 민족의 혼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강 가을 가을비 오네 강 건너 북녘땅 (달) 헐벗은 산하 돌아갈 길 먼데 (돌) 강 안개 강버들 기러기 날고 (빛) 찬 비 너머 북녘 더 쓸쓸하네 (심) ... 24.11.10. 불한산방합작시 지난해 가을 이맘때였다. 불한시사 시벗들과 고구려의 옛 땅을 따라 며칠을 걷던 여정이었다. 국내성과 환도성이 있는 집안(輯安) 지역을 거닐며, 이 강산에 켜켜이 스며든 역사의 숨결을 함께 되새겼다. 그때 주고받던 합작시(合作詩) 가운데 하나가 오늘의 시로 남았다. 날마다 아침 압록강가를 걸으며 북한 땅을 바라보던 그 순간, 그 심정을 한민족이라면 어찌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말로 다할 수 없는 괴로움, 오직 침묵으로 삼켜야 했던 아픔이었다. 몇 겹의 철조망 넘어, 푸른 강물을 건너다보이는 민둥산의 연봉들, 초라한 마을들과 그 아래로 자리 잡은 초소와 병영들, 그 모든 풍경이 침묵으로만 응답하였다. 그날의 강바람과 낙엽, 희미하게 내리던 눈발과 흩뿌리던 빗줄기 사이로 우리는 무언의 소원을 되뇌었다. 언제쯤이면 이 강과 저 산을 마음껏 건너고 가로질러 달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고구려의 광대한 고토와 산야를 우리의 품 안에서 다시 안아볼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강 시월의 저 강물 쓸쓸하구나 (달) 낙엽으로 용비늘 걸쳤으니 (빛) 하늘로 날아오름도 슬프다 (심) 높이 오른 용 뉘우침 있으니 (돌) ... 24.10.17. 불한시사 합작시 한가위도 지나고 찬 이슬 내리는 한로(寒露) 절(節)이다. 곧 이어질 절기는 만물이 스러지는 상강(霜降), 본격적으로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계절이다. 서릿발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초목(草木)을 시들게 하고, 단풍잎은 누렇게 물들다 흩날린다. 며칠째 내린 가을비가 기온을 낮추어, 산방(山房)에서는 한기가 더욱 사무친다. 상경한 김에 시우(詩友)들과 함께 양수리 벗을 찾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서로 만나 나룻터를 이룬 섬두랫길을 따라, 따스한 햇살 속을 천천히 걸었다. 그곳 다산(茶山)의 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었기에, 그 운(韻)에 화답하여 동이문(東夷文, 漢文-한문의 근원은 갑골문 따라서 우리 겨레의 동이문이라고 생각한다.)으로 한 수를 지었다. 주역(周易)의 건괘(乾卦) 첫 효(爻)인 초구(初九)에 “잠룡(潛龍)이니 헛되이 쓰지 말라(勿用)” 하였고, 이어 둘째 효인 구이(九二)에는 “용이 밭에 나타난다(見龍在田)” 하였다. 셋째 효인 구삼(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