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소장한 이학규(李學逵, 1770~1835)의 《동사일지(東事日知)》에는 윷놀이를 “새해 아침 어린아이들이 가시나무 가지(일명 ‘민이(慜伊)’)를 잘라 네 개로 만들어 서로 번갈아 던지는 놀이”로 기록하고, 엎어짐과 위로 향함의 조합에 따라 상채(上采 - 모)ㆍ실채(失采 - 도)를 가르는 규칙 체계를 전한다. 또 이 놀이가 한 해의 풍흉을 점치던 관행과 연결되었다는 전승, ‘윷’을 뜻하는 ‘사(柶)’의 어원과 ‘사목(四木)’이라는 이름의 유래까지 고증함으로써, 윷놀이가 단순 오락을 넘어서 설날의 질서와 의미를 담은 생활문화였음을 보여준다.
윷놀이의 핵심은 ‘함께하는 규칙’
윷놀이는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놀고 판을 유지하느냐’가 본질인 놀이이다. 던지기 결과를 모두가 확인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말을 옮기며, 때로는 유리함과 불리함을 함께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공정한 판정, 규칙의 합의, 감정의 조율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설날은 가족과 이웃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인 만큼, 윷놀이는 세대 사이 언어와 경험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예로부터 ‘놀이판’은 공동체가 갈등을 조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작은 사회였다. 오늘날에도 윷놀이는 마을 행사나 지역 축제, 기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면에서 재구성되며, ‘함께 만드는 규칙의 경험’을 통해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문화 자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승경도, “놀이로 배우는 사회”
이번 설에는 승경도(陞卿圖) 놀이도 함께 즐겨볼 만하다. 승경도는 관직 체계를 말판에 담아 주사위(또는 윤목)로 이동하며 ‘승진’의 흐름을 체험하는 놀이이지만, 설날에 즐길 때의 핵심은 승패보다 한 판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체 경험에 있다. 말판 위에서 한 칸씩 나아갈 때마다 가족과 이웃이 규칙을 다시 확인하고, 다음 수를 함께 가늠하며, 웃음과 응원을 주고받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대화와 합의, 배려와 기다림을 만들어낸다.
또한 승경도는 말판의 항목이 상징과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어른이 놀이의 뜻을 설명해 주고 아이가 질문을 던지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세대 사이 소통을 촉진한다. 학습자 수준에 따라 한글/한문 요소를 조절하거나, 말판의 항목을 ‘우리 집 덕담’, ‘가족 약속’,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설날의 주제로 바꾸어 구성하면, 승경도는 설날 공동체의 정서를 나누는 놀이판이자, 함께 만드는 규칙과 관계의 연습장이 될 수 있다.
설날, 놀이판 위에서 나누는 화목과 평안
설날의 전통놀이는 무엇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마음을 나누는 세시풍속이다. 윷가락을 던져 결과를 함께 확인하고, 승경도 말판 위에서 한 칸씩 나아가며 웃고 떠드는 과정은, 승패를 넘어 서로를 배려하고 분위기를 살피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어른은 아이에게 규칙을 설명해 주고, 아이는 어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해의 시작을 ‘함께’ 맞는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동사일지》처럼 기록 속에 남아 있는 놀이의 규칙과 의미는 오늘의 삶을 비추는 귀중한 단서”라며, “이런 자료에서 발견되는 세시풍속과 민속놀이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관련 기록을 더욱 정밀하게 정리·보존하고, 활용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