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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립합창단, 폴란드 합창음악의 정수를 무대에 올려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폴란드 합창음악의 폭넓은 스펙트럼 조망
한 무대에 펼쳐지는 폴란드 합창의 깊이와 색채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합창단(단장 겸 예술감독 민인기)은 2026년 4월 17일(금)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기획공연 <폴란드 합창 음악의 향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폴란드 합창음악이 지닌 깊이와 색채를 한 자리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무대다. 르네상스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언어와 작법을 한 흐름 안에 엮어내며, 시대를 가로지르는 합창의 울림을 관객에게 전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르네상스의 정교한 폴리포니에서 출발해 20세기 후반과 동시대 합창 어법에 이르기까지, 폴란드 합창음악의 시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절제된 선율과 다성적 구조가 빚는 고전적 미감, 그리고 감정의 결을 더욱 과감하게 드러내는 현대적 어법이 서로 대비하고 교차하며 하나의 긴 서사를 이루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종교적 텍스트는 단순한 교리의 언어를 넘어 인간 존재와 삶에 관한 질문을 통해 고요한 사색에서부터 응축된 절정까지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객원지휘는 다리우쉬 짐니츠키(Dariusz Zimnicki)가 맡는다. 그는 프레데리크 쇼팽국립음악대학교 교수이자 합창지휘학과 학과장으로, 바르샤바 대성당과 바르샤바 공과대학 아카데믹 합창단을 이끌며 10여 개국에서 활발히 지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국제 컨퍼런스 「지휘자의 개성(Personality of the Conductor)」을 모두 8회 기획ㆍ조직하고, 학생 합창제 「Vivat Academia」를 감독했으며, 30여 곡의 합창작품과 다수의 성가ㆍ민요ㆍ대중음악 편곡 및 작곡을 통해 폭넓은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가 이번 공연을 위해 고른 프로그램은 폴란드 합창음악의 다채로운 결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짐니츠키는 “폴란드에서는 합창 음악 창작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번 무대에는 미코와이 젤렌스키 (Mikołaj Zieleński), 스타니스와프 모뉴슈코(Stanisław Moniuszko),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같은 폴란드 음악사의 주요 이름들뿐 아니라, 파베우 우카셰프스키(Paweł Łukaszewski), 야쿠브 샤프란스키(Jakub Szafrański), 안나 로츠와프스카-무샤우치크(Anna Rocławska-Musiałczyk), 바르토쉬 코발스키(Bartosz Kowalski) 등 현대 및 동시대 작곡가들의 작품이 함께 오른다.

 

여기에 짐니츠키 자신의 작품인 <찬미받으소서>(Benedictus Dominus)와 <오 십자가여>(O cruxave)도 포함되어, 지휘자이자 작곡가로서의 음악 세계까지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모두 11곡으로 구성된다. 유제프 슈비데르(Józef Świder)의 <하느님에게 환호하라>(Jubilate Deo)로 문을 열고, 젤렌스키의 <의인은 주 안에서 기뻐하리라>(Laetabitur iustus in Domino), 우카셰프스키의 <오소서, 창조주여>(Venicreator), 로무알트 트바르도프스키(Romuald Twardowski)의 <천상의 모후 여>(Regina Coeli), 펜데레츠키의 <케루빔의 노래>(Cherubim song), 모뉴슈코의 <저녁기도 후에>(Po nieszporach), 샤프란스키의 <하느님을 찬양하라>(Laudate pueri), 안나 로츠와프스카-무샤우치크의 <아들아, 잠들어라>(Bibi, Synkù, bi), 짐니츠키의 <찬미받으소서>(Benedictus Dominus)와 <오 십자가여>(O crux ave)를 거쳐, 바르토쉬 코발스키의 <하느님께 환호하라>(Jubilate Deo)로 마무리된다.

 

같은 제목의 <하느님에게 환호하라>(Jubilate Deo)가 시대를 달리해 공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같은 텍스트와 전통이 서로 다른 시대와 작곡가의 손을 거치며 어떻게 전혀 다른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품별 면면도 흥미롭다. 젤렌스키의 <의인은 주 안에서 기뻐하리라>(Laetabitur iustus in Domino)는 17세기 초 폴란드 교회음악의 수준을 보여주는 모테트로, 베네치아 악파의 영향과 공간감 있는 음향을 통해 폴란드 초기 바로크의 얼굴을 드러낸다. 펜데레츠키의 <케루빔의 노래>(Cherubim song)은 정교회 전례문을 바탕으로, 침묵에서 장엄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통해 20세기 폴란드 음악이 전통과의 연속성 위에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모뉴슈코의 <저녁기도 후에>(Po nieszporach)는 오페라 <할카> 3막의 합창곡으로, 경쾌한 리듬과 민속적 선율을 통해 합창이 공동체의 삶과 얼마나 가깝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샤프란스키의 <하느님을 찬양하라>(Laudate pueri), 로츠와프스카-무샤우치크의 <아들아, 잠들어라>(Bibi, Synkù, bi), 코발스키의 <하느님에게 환호하라>(Jubilate Deo)는 오늘날 폴란드 합창이 고음악의 유산과 민속 전통, 현대적 감각을 어떻게 함께 품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단지 시대별 작품을 나열하는 데 있지 않다. 감상 포인트는 ‘텍스트가 만드는 울림’과 전통의 ‘반복’과 ‘변주’다. 라틴 전례 텍스트가 빚어내는 정돈된 균형과 투명함, 폴란드어를 비롯한 슬라브어권 언어의 자음과 리듬, 그리고 민속적 요소가 각기 다른 작곡가의 언어 안에서 새로운 표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맥락에서 <폴란드 합창 음악의 향연>은 단순한 국가별 작품 소개를 넘어, 한 나라의 시간과 기억, 신앙과 일상, 전통과 현재가 합창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라 할 수 있다.

 

또한 트럼펫 김상민, 팀파니 한호진, 퍼커셔니스트 윤석진이 함께한다. 국립합창단은 이번 기획공연을 통해 잘 알려진 작곡가부터 국내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폴란드 합창 연주곡목까지 폭넓게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전통은 머무르지 않고 해석을 통해 지금의 소리가 된다’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이다.

 

국립합창단 기획공연 <폴란드 합창 음악의 향연>의 티켓 가격은 R석 4만 원, S석 3만 원이며, 예매는 예술의전당(www.sac.or.kr)과 놀 티켓(nol.interpark.com/ticket) 을 통해 할 수 있다. 관객을 위한 다양한 에누리 혜택도 마련했다. 경로우대ㆍ문화누리 카드 소지자ㆍ2006~2007년생 청년문화예술패스와 초ㆍ중ㆍ고등학생은 50% 에누리인, 대학생과 국립합창단 유료회원은 40% 에누리, 문화릴레이ㆍ여가친화인증사 임직원은 20% 에누리 등 폭넓은 혜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