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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바램 / 권재일(서울대 교수)

바람과 바램


흔히, 어떤 일이 그렇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뜻으로 쓰는 ‘바래다’는 ‘바라다’의 잘못이다. 명사형도 ‘바람’이 옳고, ‘바램’은 잘못이다. 그런데도 “하루바삐 다시 만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램입니다”처럼 일상생활에서 ‘바램’이라는 말을 무척 자주 듣는다. 그리고 학교나 방송에서 바르게 고쳐 주어도 웬만해서는 ‘바람’으로 바로잡아 쓰지 않는다. 왜 그럴까?

우선 몰라서도 그러려니와, 달리는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네”의 ‘바람’과 소리가 같아서 심리적으로 피하고 싶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두 말이 문맥상 뜻이 혼동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소리가 같다아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라”에서 ‘나는’은 ‘날다’의 관형사형이다. 그런데 흔히 ‘날으는 새, 날으는 원더우먼’처럼 ‘날으는’으로 쓰고 있다. 이것도 아마 ‘나는 원더우먼’이라 하면 ‘내가’ 원더우먼이라는 뜻과 혼동될까봐 심리적으로 피해 ‘날으는’을 쓸 수도 있을 터이다.

이런 심리작용으로 말이 바뀌기도 한다. 옛말 ‘ㄴㆎ’는 연기를 뜻했는데, ‘ㅇㆍ’가 소멸되어 ‘아’로 바뀌게 되니 ‘내’가 되었다. 그렇게 되니, 냄새를 뜻하는 ‘내’와 소리가 같아져 서로 부딪히게 되어, 결국 둘 다 다른 말로 바뀌었는데, 지금은 ‘연기’와 ‘냄새’로 쓰고 있다. 물론 요즘도 냄새의 ‘내’와 안개의 ‘내’가 쓰이기는 하나 잦지는 않다.

‘바램’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표준말인 ‘바람’을 써야 할 것이다. 아니면 ‘소망·소원·희망’들로 바꿔 쓰거나 “하루바삐 다시 만나는 것이 우리 모두 바라는 것입니다”처럼 문장구조를 돌려 쓸 수도 있을 터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겨레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