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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는 35년이 아니라 8년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일제강점기는 35년이 아니라 8년이다
[서평]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이봉원, 정인출판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중국에서 27년간 독립운동을 해왔습니다. 독립운동의 가장 큰 의미는 대한 민족이 불요불굴의 정신과 일본 제국주의에 결코 투항하지 않겠다는 정신을 보여준 것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해외 중국에서 하루라도 존재할 수 있었고 분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일본이 시종 한국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지요.” 

위는 대만국립정치대학 후춘혜 교수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의에 대해 말한 것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연구회 이봉원 회장(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이 정인출판사(대표 정봉선)을 통해 펴낸 책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엔 분명히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되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존재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 난 4월 11일은 제91돌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이 아닌 4월 13 일에 기념식을 치룰 만큼 임시정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그 까닭은 아직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이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이번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에 맞춰 눈에 번쩍 뜨일 책이 나와서 화제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가 그 책이다. 지은이는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아 무려 네 번에 걸쳐 85일이란 긴 시간 동안 드넓은 중국 대륙 안에 있는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아다녔다. 발로 뛴 고난의 답사길이었다. 그의 중국답사 여정은 임시정부 27년의 노정뿐만 아니라 임시정부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해준 8.90살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담만도 50여 명에 이른다.  

또한, 답사과정에서 국내에 잘못 전해진 유적지를 바로 잡고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적지를 찾아내  는 등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로운 작업을 혼자 해내면서도 오로지 중국 땅에서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는 귀중한 자료들을 국내에 알리고자 하는 신념으로 답사 여정을 계속해왔다고 털어놓는다.  

지은이는 이 책을 내기 전 한국 최초로 텔레비전 드라마 16부작 ‘백범 김구’를 집필해 방송했고,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3부작 ‘임시정부 27년 대륙 3만 리’를 제작 방송하는 등 기록영화제작을 하는 한편 한국전쟁 때 분실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새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국새 1,2, 시대의창, 2006≫을 펴내기도 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새(왼쪽), 임시정부 이동 경로와 머문 도시들 ⓒ 이봉원

 


▲ 임시정부 대가족이 치쟝으로 은신처를 옮길 때 넘었던 72굽잇길 ⓒ 이봉원

 

책을 펴면 그의 노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해적이(연표)를 넣었고, 그다음 임시정부와 관련해서 일반인이 가장 궁금히 여길 만한 것들을 추려, 알기 쉽게, 임시정부 27년의 활동을 문답 형식으로 소개했으며, 중국 대륙을 떠돈 임시정부 27년의 역사를 3백여 장의 사진과 20장의 삽화를 넣어 현장감 있게 소개했다.  

그 밖에, 임시정부의 국새와 문헌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그 실종 수수께끼의 전말과 임시정부에서 일했던 독립운동가 열여덟 분을 골라 그분들이 남긴 유언들, 백범의 건국 이상이 담긴 ‘나의 소원’ 그리고 그가 조사한 중국 내 임시정부 사적지 실태 등을 부록으로 붙였다. 

  


 ▲ 1933년 5월 김구와 장졔스가 회담했던 총통부 관저 소접견실 ⓒ 이봉원

    
▲ 김구 주석이 해방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린 산시성 주석 공관 ⓒ 이봉원

 

특히 지은이가 처음 찾은 임시정부 유적지 사진과 자료를 보면 먼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새 날인 면 (사방 크기 65mm) 사진, 임시정부가 상하이(上海)를 탈출한 뒤 맨 처음 임시 판공실을 두었던 항쩌우(杭州)시 청태제2여사 사진, 1933년 5월 김구와 장졔스가 회담했던 난징(南京)시 총통부 관저 소접견실 사진, 중국 창사(長沙)시에 있었던 임시정부 청사, 서원북리 8호 건물 사진 등이 있다.  

또 1939년 4월 하순 임시정부 대가족이 꾸이양(貴陽)을 떠나 치쟝(綦江)으로 갈 때, 버스 여섯 대로 넘은 72 굽이 산길 사진, OSS훈련(한미합동군사훈련)을 위해 광복군 제2지대가 주둔했던 시안(西安)시 두곡마을의 주둔지 사진, 김구 주석이 해방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린 산시성(陜西省) 주석의 공관(黃樓)과 쭈싸오쩌우(祝紹周) 주석의 사진 등도 눈에 띈다.
 

 
 ▲  시안에서 OSS 훈련을 받는 노능서, 김준엽, 장준하 ⓒ 이봉원

 
광복회 김영일 회장은 이 책을 보고 “임시정부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고 평가한다. 우선 관련 사진의 가짓수에 놀라고, 사진의 치밀한 구성에 감탄한다. 이 책에 수록된 3백여 장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27년의 임시정부사, 아니 치열했던 독립운동사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최근 일부 친일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잘못된 사관을 저자는 각종 실증 자료를 통해 여지없이 분쇄하였고, 더불어 항일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이 보여 준 숭고한 희생정신을 감동 깊게 보여 줬다.”라고 기뻐했다. 

 


▲  임시정부가 상하이를 탈출한 뒤 임시판공실을 둔 항쩌우 청태제2여사  ⓒ 이봉원

     
지은이는 책을 펴내게 된 계기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비록 상식 수준의 지식일지라도, 알기 쉽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임시정부의 사실을 올바로 전달하자는 목적이었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과 역사 교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싶다. 한 세기 전 나라가 망했을 때, 누가, 망한 나라를 되살리겠다고 어떻게 애를 썼으며, 그러기 위해 자신과 가족을 어떻게 희생했는지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다.  

이 책도 약간의 옥에 티는 존재한다. 귀중한 사진들을 너무 작게 올리고, 편집을 답답하게 한 흠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인데 시원한 편집으로 읽기 쉽게 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 옥에 티가 이 책의 훌륭한 값어치를 헤살하지 못한다. 너무나 분명한 정성이 배인 책이기 때문이다. 

 


 ▲ 지난 3월 26일 서울 효창원 안중근 의사 빈뫼(허묘) 앞에서 있은 “안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제”에서 헌시를 낭송하는 지은이(왼쪽), 지난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일에 회원들과 함께 분향하는 지은이 ⓒ 김영조


어느새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지 65년이 되었다. 하지만, 누가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 어떻게 피눈물을 흘렸는지 잘 모른다. 이제라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항일독립 운동의 구심점에 있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아야만 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연구회 이윤옥 부회장은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건 35년이 아니라 임시정부가 존재하고 투쟁했던 27년을 빼고 8년으로 말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기념식’ 속에 갇혀 있었던 임시정부를 우리 곁으로 다가서게 하는 것은 물론 일제강점기를 35년이 아닌 8년으로 줄여준 ≪대한민국 임시정부 바로 알기≫는 그래서 값지고 의미가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