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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12. 내포제 시조창 이야기

 

 

 

 

<내포제 시조>란 내포지방에 전해오는 노래를 말한다. 내포지방이란 충청남도 서해 바닷가와 인접해 있는 홍성, 당진, 서산, 보령, 연기, 부여, 청양, 논산, 예산, 서천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시조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창이 밝았느냐” 또는 “태산이 높다하되”처럼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형식을 취하고 있는 3~4조의 시형을 말한다. 그러므로 <내포제 시조>는 서해 바닷가에 살고 있는 충청 지역민들이 즐겨 불러온 고유한 시조가 될 것이다.

참고로 경상도 지역의 시조를 <영제>, 전라도 지방의 시조를 <완제>, 서울 경기지방의 시조를 <경제>라고 부르는 것처럼 지역에 전해오는 시조를 분류하는 이름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충청남도는 <내포제 시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과 계승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시조인들은 《충남통합시우회》를 조직하여 해마다 강습회를 열기도 하고 전국 시조창대회를 열기도 한다. 그 중심에 김연소, 이규환, 김영숙 등과 같은 시조인들이 있다.

충남문화재로 지정할 당시에는 소동규 명인이 초대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었고 그 뒤로 김원실 명인이 2대 보유자가 되어 도내에 각 지부를 조직, 세를 확산해 오면서 선생의 유지를 충실하게 이어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이분들의 지도를 받아온 김연소가 3대 보유자로 인정받아 본 종목의 정통성과 보급, 확산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해마다 내포제시조의 보급을 위해 전국적인 시조강습회를 개최하면서 겸하여 자신의 실력을 공개적으로 검증받기 위해 《김연소시조창 발표회》를 해마다 준비해 왔는데, 올해에는 지난 6월 21(화)에 부여 시조회관에서 열려 관심 있는 애호가들의 발길을 모았다.

보유자가 되면 마치 정상에 올라있기에 더 오를 곳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김명인은 그동안 노력해 온 결과를 무대에서 검증받고자 하는 학구적인 태도가 돋보이는 사람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시조창은 너무 느리고 긴 호흡을 요하는 노래이다. 게다가 복잡한 음의 진행이나 요성(搖聲) 때문에 국악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매우 어려운 노래로 제쳐놓은 종목에 속하고 있다. 가곡도 그렇고 가사음악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러한 류의 노래들은 과거에는 지식인들이나 상류사회의 인사들이 즐겨 부르던 고품격의 노래였다. 그들은 단순히 노래만을 부른 것이 아니다.

≪유예지≫ㆍ≪구라철사금자보≫ㆍ≪삼죽금보≫ㆍ≪방산한씨금보≫ㆍ≪서금보≫ 등의 유명한 악보도 남겨서 시조음악의 역사나 변천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충청지방에 전해오는 <내포제시조>는 선율선의 연결이나 장식음처리에서, 강약이나 말붙임의 형태에서, 종지(終止, 끝)박의 위치나 창법에서 다른 지역의 시조창과는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는 노래여서 이 지역 양반들의 필수과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조 한 장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비록 양반이라도 양반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시조를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으로 사람 됨됨이의 기준을 삼았다는 이야기는 곰곰이 되씹어 볼만한 평가라 하겠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본 잣대였던 전통적인 시조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충청지역의 시장, 군수, 교육감, 시도 의원을 비롯한 유지들이 앞장을 서고 지역의 공무원, 학교의 교사,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시조 부르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운치 있는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다. 말만을 앞세워 ‘전통의 이해’ ‘전통문화의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몸소 실천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더더욱 일본인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부여에서의 이러한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기만 한 것이다. 내포제 시조창의 특징이 김연소 보유자를 비롯하여 충남 통합시우회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보다 널리 보급, 확산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