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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크고 화려한 한여름 밤의 축제 불꽃놀이(하나비)

   

 
바야흐로 일본은 불꽃놀이 계절이다. 무더운 여름 밤 크고 작은 강가에서 쏘아 올리는 형형색색의 불꽃은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준다. 십여 년 전 요코하마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도쿄의 찜통더위에 파김치가 되어가고 있을 때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친구 우키코가 나에게 보여 줄 게 있다며 불꽃놀이에 초대했다. 항구도시 요코하마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이면 닿는 곳으로 도쿄보다 집값이 싸고 주거환경이 좋아 도쿄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너무 늦지 않게 오라’는 우키코의 성화에 불꽃놀이 세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벌써 불꽃놀이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불꽃놀이에도 명당자리가 있어서 유로석을 뺀 곳으로 불꽃을 쏘아 올렸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은 아침부터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도 있고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역시 좋은 자리를 맡으려는 사람들로 자리 쟁탈전이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서너 시간씩 불꽃을 쏘아대니 좋은 자리 쟁탈전이 날만도 하다.

한국에서는 한여름의 고정행사인 일본의 불꽃놀이를 하지 않기에 나는 서너 시간씩 해대는 일본의 불꽃놀이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밤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린코공원(臨港パク)에 모인 사람들의 환성을 자아내게 하는 불꽃이 저 멀리 바다 쪽에서 쏘아 올려졌다. 동시에 함성이 퍼져 올랐다. 크고 작은 불꽃들이 때론 우리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불꽃이 터지면서 하트 모양을 그리기도 하는 데 그 황홀한 모습을 서너 시간씩 보면서도 고개 아픈 줄을 몰랐다.

우키코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경기가 좋을 때는 불꽃을 더 많이 쏘아 올렸는데 10여 년 전에 불어 닥친 버블경제 여파로 불꽃수도 줄었다고 한다. 2011년 요코하마 불꽃놀이의는 6천여 발 정도를 쏘아 올린다고 ‘일본전국불꽃놀이대회’ 누리집에 올라있다. 도쿄의 스미다가와불꽃놀이(隅田川花火大)는 올해 20,000발을 쏠 예정이라니 규모로 보면 요코하마보다 3배나 크다. 규모가 클수록 불꽃들이 화려하고 볼만한 것들이 많다. 스미다가와불꽃놀이는 100만 명 이상 구경꾼이 몰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일본에서 불꽃놀이가 있었던 것일까? 에도시대의 정치기록인 ≪슨푸세이지로쿠(駿府政事)≫에 보면 1613년에 도쿠가와이에야스(川家康)가 ‘외국인이 하는 불꽃놀이를 구경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것이 불꽃놀이(花火)라는 이름으로 확인되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이보다 앞서 1582년 포루투칼인의 예수회선교사가 오이타의 한 성당에서 불꽃놀이를 했다는 프로이스가 쓴 ‘일본사’ 기록도 있다)

에도시대(1603-1868)에 들어서면서부터 전쟁이 없어지자 불꽃놀이용 화약을 만드는 전문점이 등장하게 되지만 도쿠가와 막부는 1648년에 도쿄의 스미다가와(隅田川) 외에서의 화약 사용을 금지한다. 1733년에는 오사카 일대의 기근과 도쿄 지방의 콜레라가 퍼지자 도쿠가와 막부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나쁜 악령을 퇴치하는 뜻에서 스키다가와 강에서 물신(水神)에게 제사(마츠리)를 지냈는데 이것이 오늘날 도쿄의 유명한 스미다가와불꽃놀이의 유래이다. 2차 대전 때는 한때 중단되었으나 이후 불꽃놀이는 여름 행사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날은 전통 옷인 유카타(浴衣) 차림으로 불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표기했습니다.